정동영 “대선 뒤만 봤던건 아닌지…지지자들께 사과”

  • 입력 2007년 11월 24일 03시 04분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후보는 23일 민주당과의 통합 협상과 관련해 “안타깝게도 작은 이해관계의 벽을 넘지 못했다. 물리적으로 합당은 불가능한 시점에 이르렀다”며 협상 결렬을 인정했다. 정 후보는 이날 당 안팎에 심기일전할 것을 요구했지만 민주당과의 통합 협상과정에서 자신의 한계와 능력을 극명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다.》

▽“우리 내부도 대선 이후만 봤다”=정 후보는 이날 대한성공회 대성당에서 개최된 열린평화포럼 초청 세미나에서 민주당과의 합당 및 단일화 무산에 대해 “천길 낭떠러지 앞에 있는 느낌“이라고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에 앞서 정 후보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선대위원장단 최고위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합당과 단일화를 바라는 국민과 지지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이제 대통합민주신당의 후보로 등록하고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심정으로 임하겠다”며 “수구냉전세력에 맞설 민주평화개혁세력의 사실상의 단일후보로 정동영을 지원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국민의 힘으로 저를 일으켜 세워 달라”며 “끝까지 민주평화개혁세력이 하나가 되는 노력을, 다른 후보와의 단일화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이날 이어진 비공개회의에서 민주당과의 통합 및 후보 단일화를 반대한 당내 세력에 대해 섭섭한 심정을 토로했다.

김현미 선대위 대변인은 “정 후보가 비공개 회의에서 ‘후보 단일화 협상은 대선만을 바라보고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상대에 대해 총선 이후만을 바라보고 있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우리 내부도 대선 이후만을 바라봤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또 “정 후보는 ‘나는 총선이나 당권 그 어느 것에도 티끌만한 관심이 없다. 대선 승리를 위해 목숨 바칠 수 있다면 생명이라도 바꿀 생각이다. 대선을 위해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선이고, 부담이 된다면 악이다. 그런 이분법으로 남은 25일을 가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정 후보의 한계와 실패 요인=민주당과의 통합 무산은 합의 하루 만인 13일 오충일 당 대표가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이미 예견됐다.

오 대표가 당내 합당 반대세력에 떠밀려 사실상 협상 파기를 선언했을 때 후보직을 걸고 합의안을 관철시켜야 했지만 정 후보는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정 후보 주변에서는 “합의안을 관철시키지 못하면 리더십에 치명타를 입는다. 후보직을 걸고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 끊이지 않았다.

정 후보 참모진은 ‘후보직 사퇴 불사’까지 언급한 연설문을 작성했지만 정 후보는 결국 “말 탄 장수를 끌어내지 말라”며 읍소 전략으로 돌아섰다.

협상안에 대한 충분한 사전 의견 수렴과 논의도 부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오전 정 후보, 오 대표와 민주당 이인제 후보, 박상천 대표의 4인 회동이 있기 전 당 중진들은 “(협상에서) 구체적인 숫자를 말하면 안 된다. 큰 틀의 합의만 하고 나머지는 추후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정 후보는 이를 듣지 않았다.


▲ 촬영 : 동아일보 사진부 이종승기자

대통합민주신당 고위 관계자는 “지도부 일부가 사전에 민주당이 제시한 안을 봤지만 공식적으로 이를 논의한 자리는 없었다. 이 때문에 그대로 합의할 줄은 몰랐고, 결국 사단이 났다”고 말했다.

행동보다 말이 더 앞선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상천 대표는 최근 본보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협상이 난항을 겪자 정 후보가 직접 전화를 해 ‘형님 저를 왜 못 믿느냐’고 하더라. 그러나 말뿐이었지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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