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대통령선거 후보 등록이 25, 26일로 다가옴에 따라 각 후보 캠프도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각 후보진영에서는 27일부터 시작되는 공식 선거운동에서 기선제압을 해야 부동층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총력을 기울일 태세다.
▽이명박, ‘스피드와 메시지’ 앞세워=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측은 “범여권이 ‘덫’으로 깔아놓은 BBK 논란에 매몰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대신 속도감 있게 ‘경제 살리기’ 메시지를 구석구석 유권자들에게 전달한다는 것.
이 후보는 유세의 콘셉트를 ‘스피드’와 ‘메시지’로 하고 전국 주요 거점을 대선 전까지 2차례 이상 누빈다는 계획이다. 여권의 네거티브 때문에 의구심을 가질지 모르는 유권자들을 직접 대면해 진정성을 호소하겠다는 포석이다.
한나라당은 후보용 유세차량을 5대 준비했다. 이 차량은 이 후보와 강재섭 대표를 비롯해 각종 선거 유세에서 주목을 끌었던 박근혜 전 대표에게도 한 대씩 배차가 된다.
이 후보는 명확한 메시지 전달을 위해 유세기간 ‘1+1+1’ 원칙을 가급적 지키기로 했다. 하루에 중요한 행보를 한 건만 소화해 메시지를 하나로 만들어 전파하겠다는 의미다.
이 후보는 첫 유세를 자신의 강세 지역인 수도권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수도권에서 서서히 ‘남하’하면서 ‘대세론’을 굳히겠다는 생각에서다. 박 전 대표와 강 대표에게는 충청과 영남지역을 맡길 것으로 보인다. 호남 공략에는 중앙선대위원장으로 영입된 김주훈 전 조선대 총장 등 호남 출신 영입인사들이 나선다.
▽이회창, “보수진영 부동층 흡수”=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27일 첫 유세 때부터 자신만의 비전과 정책을 제시해 유권자들을 설득해 나갈 방침이다. 캠프의 이성희 팀장은 “그동안 후보가 ‘왜 출마해야 했는지’를 주로 설명했다면 앞으로는 ‘왜 이회창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본격적인 메시지를 전달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재측은 대구 경북, 충청 지역 등 상대적으로 지지도가 높은 지역 중 한 곳을 첫 유세지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갑작스러운 출마선언 과정에서 다소 수세적으로 보였던 모습을 벗어나 파괴력 있는 대규모 군중유세를 이어나가면 다소 정체 상태에 있는 지지율도 곧 반등될 것으로 보고 있다. ‘BBK 의혹’ 여파에 따른 ‘보수진영 부동층 흡수’ 시나리오도 기대하는 눈치다. 이 때문에 ‘없는 살림’이지만 유세버스도 101대나 임대계약을 했다. 이 전 총재는 서민스타일의 잠바차림은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정동영, “수도권 ‘집토끼’ 찾아라”=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그동안 공약전파 과정에서 ‘개성 동영’ ‘철도 동영’ 등으로 분산된 정체성을 ‘가족행복시대를 여는 사람’으로 좀 더 집중할 계획이다.
또 후보 등록 후 초반 1∼2주간 지지율을 올리지 않으면 이후 진행될지 모를 후보 간 연대나 단일화 과정에서도 주도권을 뺏긴다는 판단 하에 당분간은 이명박 후보와의 ‘양강 구도’설정에 치중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행복 평화 미래 반(反)부패 등의 키워드를 적절히 섞어 쓰며 이 후보를 ‘성장지상주의 부패세력’으로 몰아간다는 것.
정 후보 선대위 정기남 공보특보는 “‘BBK 의혹’으로 인해 이 후보에게 의구심을 갖게 된 수도권 30, 40대를 집중 공략하기엔 역시 ‘가족행복’ 메시지가 주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 후보 측은 취약 지지기반이기도 한 수도권 30, 40대 표심 확보를 위해 ‘교육 혁신’ ‘일자리 창출’ 등의 공약을 내고 ‘젊음’ ‘깨끗함’ 등의 이미지도 지속적으로 연출하기로 했다. 정 후보 측은 또 경제 살리기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약한 것을 감안해 저명한 경제 전문가들을 ‘집권 시 가상 내각’으로 구성해 유권자들에게 호소한다는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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