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 ‘횡령금 잔치’…핵심직원들 퇴직금은 3억원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물 김경준(사진) 씨는 횡령한 회사 돈으로 자신의 범행에 중요한 역할을 한 직원들에게 수억 원대 퇴직금을 나눠 준 ‘횡령금 배당’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당시 회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2002년 3월 옵셔널벤처스코리아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영업정지를 받은 뒤 연봉 2000만∼2400만 원을 받는 1년차 직원들이 퇴직금으로 각각 3억여 원을 받았다.

김 씨의 지시에 따라 여권 7권과 법인설립허가서 19장 등을 위조한 이모 과장은 퇴직금으로 3억 원을 받았다. 당시 이 씨의 연봉은 2000만∼2500만 원으로 1년 남짓한 근무경력에 억대 퇴직금은 상당한 액수라는 평가다.

검찰은 이 과장을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으나 1심 재판에서 1년형을 선고받으면서 법정 구속됐다. 그는 김 씨가 미국으로 도주했을 때도 김 씨의 범행 지시를 계속 이행했기 때문이다.

김 씨의 아내 이보라(37) 부장 아래에 있었던 오모 차장도 회사가 문 닫을 때 3억 원의 퇴직금을 받았으나 기소되지는 않았다.

오 씨는 김 씨의 지시에 따라 여러 명의 직원을 시켜 가장 매매 주문을 하는 등 주가조작을 실행했고 회사 통장 등 중요 물품이 들어 있는 금고의 열쇠 등을 관리했다.

김 씨의 누나 에리카 김(43) 씨의 계좌로 입금된 뒤 사라졌던 3억 원도 이 회사 이사로 등재된 에리카 씨의 퇴직금 명목으로 건넸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