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진(55) 신임 검찰총장이 26일 취임사에서 ‘BBK 주가조작 사건’의 수사 결과 발표 원칙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선 결과를 명확하게 가리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8월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의 차명 보유 의혹에 대해 “제3자의 소유로 보인다”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논란을 일으킨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임 총장은 취임식 뒤 기자들과 만나 “‘있는 것은 있다, 없는 것은 없다’는 말은 평소 후배 검사들에게 철저한 사실관계 확인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쓰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이날 취임식에서 “이번 선거는 검찰의 불편부당함과 공명정대함을 평가받는 절체절명의 시험대”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수사 결과 발표 시기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각종 현안 사건들은 최대한 신속하고, 최대한 공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명동성(54) 신임 서울중앙지검장도 이날 취임식에서 “대선을 목전에 두고 국민이 (검찰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며 “대선 관련 사건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며 신속하고 공정하게 최선을 다해서 수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최재경 특수1부장)은 김경준(41·수감) 씨가 최근 제출한 계약서와 서류 등이 모두 영문으로 작성된 점을 감안해 이른 시일 안에 서류 분석과 번역을 담당할 영어에 능통한 검사 2, 3명을 보강하는 등 수사팀을 재정비했다.
검찰은 “2000년 2월 이 후보가 투자자문회사 BBK의 보유 주식을 김경준 씨에게 매도했다”는 내용이 적힌 한글계약서의 진위 규명 못지않게 김 씨가 검찰에 추가 제출한 영문 계약서와 서류를 분석하는 데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김 씨가 코넬대 등 명문대를 졸업한 엘리트인 데다 계약서와 회사 내부 서류가 대부분 영문으로 작성돼 각 문구의 정확한 해석 없이는 계약서 작성 경위 등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과거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논문 사건이나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입 의혹 사건 등에서도 검찰은 방대한 영문 서류 분석을 위해 영어에 능통한 검사를 수사팀에 투입했다.
검찰 주변에선 수사 결과 발표가 김 씨의 구속기한 만기일(다음 달 5일)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새 검찰 지휘부가 수사팀을 보강해 속도를 내려는 의지가 강한 데다 정치권에서도 “가능한 한 빨리 수사 결과를 내놓으라”고 검찰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시간을 오래 끌수록 검찰한테 유리한 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서감정 속도와 영문서류의 정확한 번역 문제 외에도 김 씨 측이 언제든지 추가 자료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어 발표 시기를 정확하게 예단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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