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7일 0시 동대문시장내 의류쇼핑센터인 '두타'를 찾은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는 민생경제를 살피는 것으로 '열전 22일'의 강행군을 시작했다.
이 후보는 당 선거대책위원회 권오을 유세단장 등과 함께 매장 내를 둘러보며 상인들에게 "장사 잘 되느냐" "많이 어렵죠"라며 격려의 말을 건넸고, 쇼핑객들에게도 "어디서 왔느냐" "좋은 물건 많이 사시라"면서 휴대전화 디카 촬영에 응하는 등 친근감을 표시했다.
그는 한 매장에서 한 40대 여성 상인이 "장사가 너무 안된다. 제발 경제를 살려달라"고 부탁하자 손을 꼭 잡으며 "앞으로 좋아지게 만들어 드리겠다. 장사 잘되게 만들어 드리겠다"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는 이어 선거운동 첫날의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새날이 밝았다.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하겠다"면서 "오늘부터 국민을 향해 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자신감을 표시했다.
그는 또 "보시다시피 불경기가 심하다. 경제를 이 상태로 계속되게 할 수 없다"며 "제가 막혀있는 경제를 뚫겠다. 희망을 갖고 새로운 시대를 열자. 꿈이 이뤄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한 상인이 "저는 후보님을 뽑을 생각이다. BBK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응원하자 "그래요"라며 손을 꼭 쥐었으며 "이렇게 어려운데 절대적 지지를 보내는 국민들께 고개숙여 감사드린다. 꼭 경제를 살려서 서민들이 다시 살아나는 세상을 만들어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매장을 둘러보는 동안 국내외 외신기자 수십명과 쇼핑객들이 얽혀 북새통을 이루자 "이렇게 하면 장사하는 분들에게 방해된다"면서 잠시 자리를 피해 있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이후 이날 오전 서울과 대전, 대구, 부산 등 경부선 권역을 KTX로 이동하면서 릴레이 유세를 펼치는 것으로 공식 선거운동의 첫발을 내디뎠다.
여론지지율 1위 후보답게 공식 선거전 첫날부터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는 기동력과 규모를 보여줌으로써 초반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날 유세 일정은 '한반도 관통'의 의미도 포함됐으며, 조만간 이 후보는 '호남선축 유세'에도 나설 계획이라는 게 이 후보 측의 설명.
그는 오전 9시20분경 가회동 자택을 나선 뒤 승합차편으로 종각역에 도착,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까지 두 정거장을 이동했다. 그는 노타이에 검은색 반코트를 입고 캐주얼화를 신은 편안한 차림이었고 한나라당의 상징색인 푸른 색깔의 머플러로 살짝 멋을 냈다.
이 후보가 역사에 등장하자 많은 시민들이 알아보고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고, 여고생들은 이 후보에게 달려들어 디지털 카메라와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전철 안에서는 몇몇 시민들이 이 후보와 악수를 나눈 뒤 "경제가 어려우니 서민들 잘 살게 해달라", "청계천을 만들어줘서 우리 삶의 질이 많이 나아졌다", "버스 노선을 잘 해줘 고맙다"는 등의 발언을 하면서 건승을 기원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그렇게 말씀하는 것을 보니 나를 지지하는 분들 같다. 대통령은 서민들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이다. 경제를 살리는 것부터 시작하겠다"면서 고마움을 표했다.
이 후보는 이어 서울역 광장에서 지지자와 청중 1만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대선후보로서 첫 공식 연설을 했다.
서울시장을 지낸 그는 "내가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어려움과 많은 난파 속에서 지켜준 서울시민들 덕분"이라고 사례한 뒤 "정통 야당, 정통 정당인 한나라당의 정통후보가 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능하고 책임감도 없는 이 정권을 반드시 교체해야 한다. 다른 것은 몰라도 경제를 살려서 대한민국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겠다"면서 "말로는 누구나 하겠다고 하지만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나와 여러분이 힘을 합쳐 서울에서 시작해 전국에 정권교체의 불꽃이 솟아오르게 만들자"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의 팬클럽인 'MB연대' 회원들은 그에게 '대한민국 경제통장'을 선물했고, 이 후보가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을 추진할 때 가스통을 들고 나와 "자폭하겠다"며 반대했던 정석연(청계천 상인연합회장) 씨도 이 후보에 대한 지지를 부탁했다.
이 자리에는 이재오 의원이 최고위원직 사퇴 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고 경선 기간 박근혜 전 대표를 지원했던 이혜훈, 이계진 의원 등도 참석했다. 서울 유세는 '와이브로' 방식으로 전국에 생중계됐다.
이 후보는 대전과 대구, 부산 유세에서도 "경제를 살릴 지도자를 선택해 달라"고 강조하는 한편 맞춤형 지역 공약 및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통한 지역경제 살리기 공약을 발표하며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후보는 동대문시장 방문에 앞선 26일 오후 10시 30분경 자신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청계천을 방문해 시민들을 만난 뒤 인근 해장국집에 들러 선대위 관계자들과 밤참을 같이 했다. 청계천에는 이재오, 박승환 의원과 부산에서 서울까지 도보 행진을 한 대운하 탐방단도 참석했다.
앞서 이 후보는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BBK 실소유 의혹과 관련해 "김경준 씨를 만난 것이 결과적으로 후회스럽다"면서 "BBK주식을 한 주라도 가졌다면 무한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그는 김 씨 가족이 공개한 '한글 이면계약서'에 찍힌 도장의 진위 여부와 관련해 "도장의 문제가 아니라 없는 서류를 만들었고 그것이 사기행각"이라며 "서류 자체가 가짜이기 때문에 더 이상 얘기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계약서가 있다면) 미국에서 진행된 민사소송에서 내놨어야 했는데 소송이 진행되는 3년 반 동안 한 번도 안 내어놓고 있다가 지금 와서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원래 가짜이고 없는 서류를 만든 것"이라며 "서류 자체가 없는 서류를 만들었는데 도장이 뭐가 찍혔느냐는 두번째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BBK가) 300억 원 이상 (주가조작을) 했으면 그 돈 중 단 1달러라도 나한테 와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 후보는 이밖에 "주가조작의 시점이 서울시장 출마 전 김경준 씨와 헤어진 다음이다. BBK가 다른 일로 조사를 받으면서 문제가 돼 내가 회사를 만들다가 중지가 됐고 이 후에 이 사람(김경준)이 주가를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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