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표 싹쓸이‘지역맹주’사라져
호남 鄭 30~40%대 - 영남 李 40~50%대 그쳐
이번 대선을 앞두고 실시된 각종 권역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어느 지역에서도 한 후보가 50%를 훨씬 넘는 지지율을 얻어 다른 후보를 압도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대선에서 나타났던 ‘지역 맹주’가 사라진 것.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 후보의 지지율은 당의 정신적·전통적 기반인 호남에서 40%대에 그치고 있다. 한국지방신문협회가 23, 2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정 후보는 고향인 전북에서 41.9%, 광주·전남에서는 36.9%였다. 1997년, 2002년 대선 때 이 지역에서 김대중, 노무현 후보가 70%대 지지를 받고 대선 득표율은 90%를 넘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도 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영남에서 40∼50%대의 지지율을 넘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는 영남에서 모두 7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역대 국회의원 및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깃발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영남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40%대 지지율에 머무는 것은 비록 무소속 이회창 후보에게 지지율 20% 정도가 분산된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례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론조사전문기관인 코리아리서치센터 원성훈 부장은 “이는 하나의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5년간 완만하게 완화된 지역성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호남에 아직까지 태도 유보층이 많은 점 등을 고려하면 나중에 한 후보에 대한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나 쏠림의 정도는 과거만큼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2. 1년내내 ‘지지율 1위’ 그대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올해 들어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본보와 코리아리서치센터(KRC)가 실시한 19차례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은 최저 35.2%에서 최고 56.6% 사이에서 움직였다. 최근 범여권의 BBK 공격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는 24일 조사에서 37.1%를 기록했다.
반면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물다가 지난달 15일 대선 후보로 뽑힌 뒤에는 10%대에 머물고 있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무소속 이회창 후보도 20% 안팎에서 큰 변화가 없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명박 현상’이란 신조어가 생겨났다. 외부 변수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요지부동’이란 얘기다. 2002년에는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율이 1위였다가 ‘네거티브’ 공세로 10%대까지 급락하며 역전까지 허용했다.
대통합민주신당에서는 이 같은 현상과 관련해 “우리 국민이 노망든 게 아니냐”(김근태), “정말 이상한 나라가 됐다”(손학규),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이 가짜가 된다”(이해찬)며 국민 탓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명박 현상’에 대해 이번 대선의 ‘화두’가 경제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정혜 KRC 이사는 “이명박 후보가 경제를 살리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유권자들이 믿기 때문에 이 후보의 지지율이 지탱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연구실장도 “국민은 ‘먹고살게만 해달라’는 경제프레임으로 대선을 바라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3. 李 47%… 서울 선거지도 바뀌나
과거 4차례 대선, 민주당 계열 후보가 우세
본보와 코리아리서치센터가 2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서울 지지율은 47.7%다. 올해 치러진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이 후보는 서울에서 40%대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BBK 사건 등 각종 의혹과 자녀 위장취업 등에 대한 공세가 이어지는데도 서울 지지율은 견고해지고 있다. 한나라당의 텃밭인 대구·경북에서 이 후보가 얻은 42.5%보다 5%가량 높다. 서울이 한나라당 후보의 새로운 텃밭으로 자리 잡는 듯한 모양새다.
지난 13, 14, 15, 16대 대선 당시 민주당의 맥을 이은 김대중 노무현 후보는 서울에서 44∼59%의 득표율을 올려 다른 후보들보다 우위를 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 계열, 다시 말하면 호남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독차지해 온 ‘서울 권력’이 이번 대선에서는 교체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후보의 ‘서울 강세’에 대해 숭실대 강원택(정치학) 교수는 “이 후보가 서울시장 재직 시절 이룬 청계천 및 버스중앙전용차로제 등의 치적을 서울시민들은 일종의 검증으로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4. 1위 혼전 충청, 또 캐스팅보트?
지역출신 3명 출사표… 李-昌선두 다툼
이번 대선에서 충청을 지역 기반으로 하는 후보는 무소속 이회창, 민주당 이인제, 국민중심당 심대평 등 3명이나 된다. 역대 대선과 비교해도 가장 많은 충청권 후보들이 나선 것.
지난 14, 15, 16대 대선에서 충청권은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 1997년 대선의 김대중 후보도 충청권에서 승리하면서 대선에서 이겼다.
이를 두고 대통합민주신당 관계자는 “충청권은 대선 직전까지 지켜보다 결국 우세한 쪽의 편을 들어 준다”고 설명했지만 지역 출신 후보가 3명이나 나선 충청권이 올해도 그런 투표 행태를 보일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국민중심당 고위당직자는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충청권 인물을 대통령으로 만들자는 지역 민심이 거세다”고 주장했다.
현재까지 여러 여론조사에서 충청권은 이명박 후보가 대략 30%대 지지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회창 후보는 약간 뒤진 채 선두를 다투지만 한국지방신문협회의 대전 지역 조사에서는 이회창(27.8%) 후보가 이명박(27.4%)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5. 단일화, 투표 직전까지 변수로
범여권, 한나라-昌모두 물밑추진 예상
2002년 대선 당시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는 후보 등록 이틀 전인 11월 25일 극적으로 단일화를 이뤘다.
선거운동 기간 중 이뤄지는 후보 단일화는 한쪽이 후보 사퇴 형식을 밟아야 하므로 단일화 효과가 약해질 수 있기 때문에 양측은 등록 전 단일화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반면 올 대선에서는 한나라당이나 범여권 가릴 것 없이 선거운동 기간에도 후보단일화가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범여권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창조한국당 문국현, 민주당 이인제 후보의 지지율을 합쳐도 한나라당 이 후보의 지지율에 못 미치는 까닭에 후보등록 이후라도 단일화를 못하면 공멸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정 후보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선 후보와의 정책연대까지 모색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도 여전히 거론되고 있다. 보수 진영의 분열이 예기치 않게 범여권 후보에게 어부지리를 가져다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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