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팀서 “보안 유지” 압박한 듯
“아무 말도 하지 말래요.”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 씨는 28일 오전 1시경 검찰 조사를 마친 뒤 서울구치소로 돌아가며 이같이 말했다. 김 씨는 이날 기자들을 피해 몰래 지하주차장으로 빠져나가려다 대기 중이던 본보 기자와 마주쳤다.
김 씨의 이 말은 18일 구속 수감된 뒤 처음으로 나온 것이다. 그는 구속 후 몇 차례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짙은 색 셔츠에 갈색 재킷을 입은 김 씨는 밧줄로 묶인 채 수사관 3명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이날 힘없이 약간 입을 벌리는 특유의 표정을 지은 김 씨는 승용차에 타기 직전에 “할 말이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약간 어눌한 말투로 이같이 말하고 차에 올랐다.
16일 송환 직후 김 씨가 기자들에게 “한마디만 할까요?” “일부러 이때 온 게 아니에요. 민사 소송 끝나서 왔어요” “(자료) 갖고 온 게 있어요”라고 한마디씩 던진 ‘김경준 어록’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법원에 의해 구속영장이 발부돼 김 씨의 신병이 검찰과 서울구치소로 넘어간 뒤에는 입을 굳게 닫았다.
검찰 관계자는 “김 씨가 툭툭 내뱉는 말들과 심지어 엄지손가락을 올린 것까지 언론에 크게 보도되자 보안을 강조하는 수사팀이 자꾸 뭔가 말하고 싶어 하는 김 씨를 강하게 압박한 듯하다”고 설명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여기서 살 작정입니다”▼
김용철 변호사 “구속되기로 마음먹어”
검찰 귀가설득에 “안 가겠다” 실랑이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의 중요 인물인 김용철 변호사는 첫 번째 검찰 조사를 마친 28일 새벽 이같이 말했다. 이날 오전 1시 반경 김 변호사와 검찰 수사관들이 기자들을 피해 서울중앙지검 지하주차장에서 승용차를 타고 나가려다가 본보 기자와 마주친 것.
김 변호사는 기자에게 “이래서 내가 (집에) 안 가겠다니까”라며 ‘짜증’을 냈다. 당황한 수사관들은 김 씨를 특별수사·감찰본부 조사실이 있는 15층에 다시 데려갔다가 30분 지나서 지하주차장으로 내려왔다.
그는 다시 기자들을 만나자 목소리를 높이며 “날마다 (검찰청사에) 나올 것이며, 여기서 살 작정이다”라고 소리쳤다. 이에 수사관들은 “참아라”라며 김 변호사를 다독이기도 했다.
이날 첫 조사에서 김 씨는 “(밤새) 계속 조사받겠다”고 주장한 반면 검찰은 “빨리 집에 가라”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는 검찰에서 “내가 검사 생활할 때는 새벽까지 조사했다”며 “(간이)침대 하나 갖다 주면 집에 안 가고 여기서 자겠다”고 말했으나 검찰은 “요즘은 밤 12시 넘으면 조서를 안 받는다”며 오히려 귀가를 설득했다는 것.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이 김 변호사의 밤샘 조사 요구를 거부한 것은 검찰 고위 간부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사건을 수사하면서 김 변호사에게 ‘허점’을 잡히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