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증거 공개=일반 형사사건에서 피의자는 검찰에 자신의 혐의를 반박할 수 있는 자료들을 최대한 제출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지난달 16일 김 씨가 미국에서 송환되면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무너뜨릴 수 있는 증거”라는 ‘한글 이면계약서’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
그 대신 2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 씨의 아내 이보라(37) 씨는 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 거론하지 않았던 한글 이면계약서의 맨 뒷장을 공개했다.
여기에 이 후보의 도장이 찍혀 있었고, 한국의 대선 정국은 ‘문서 감정 회오리’ 속으로 들어갔다. 이면계약서는 23일 입국한 김 씨의 어머니 김영애(71) 씨가 뒤늦게 가지고 들어왔다.
22일 김 씨의 누나 에리카 김(43) 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3년 전 발부된 체포영장은 이 후보와 관련된 게 없는 사건”이라며 “(이 후보와) 관련된 정보를 내놓을 이유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상한 가족=일반 형사사건에서 피의자 가족들은 검찰에 찾아와 피의자의 무혐의를 주장한다.
그러나 김 씨 가족들은 구속돼 있는 김 씨의 무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오히려 다른 사람(이 후보)을 공범이라고 주장하는 ‘물귀신 작전’을 폈다.
김 씨의 누나인 에리카 씨는 여러 차례 언론을 통해 “BBK의 소유권은 이 후보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후보도 내 동생의 범죄와 똑같은 범죄를 저질렀다”며 이 후보의 혐의를 부각하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어머니 김 씨는 23일 귀국할 때 인천공항에서 “이명박 씨에 대해 분한 감정이다. 배신당한 기분”이라고 말해 이 후보에 대해 쌓인 불만을 토로했다.
▽예상 밖 귀국=검찰 관계자들은 전혀 유리한 상황이 아닌데도 인신보호 청원을 취하하면서까지 한국에 들어온 김 씨의 송환도 “이해 못할 귀국”이라고 말한다.
수사팀에 들어간 한 검사는 “미국에서 3년 동안 구속돼 있으면서도 한국으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노력하던 사람이 갑자기 들어온다니 당황스러웠다”고 전했다.
미국인인 김 씨는 한국 법무부의 범죄인 인도청구에 대해 미국 정부가 거부해 달라는 ‘인신보호청원’ 재판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 후보 등록일을 9일 앞두고 최장 10년 형(주가조작 및 횡령 등)이 기다리고 있는 한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런 의혹을 의식했는지 김 씨는 송환 첫날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며 “일부러 이때 온 게 아니다. 민사 소송이 끝나서 왔다”고 말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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