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캐피탈 홍종국 前사장 “김경준씨에게 주식 매도한 건 나”

  • 입력 2007년 12월 1일 03시 02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최재경 특수1부장)은 창업투자회사 e캐피탈㈜의 홍종국(48·다인벤처스 대표·사진) 전 사장을 최근 소환해 “1999년 9월 BBK 주식 60만 주를 매입했다가 2000년 3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56만 주 정도를 김경준(41·수감 중) 씨에게 팔았다”는 진술을 확보해 조사 중인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이는 김경준 씨가 지난달 23일 검찰에 제출한 한글 계약서의 내용과는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다음 주 검찰 수사 결과 발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 씨는 그동안 2000년 2월 21일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BBK 주식 61만 주를 49억9999만5000원에 김 씨에게 매도하는 것으로 적혀 있는 한글 계약서를 근거로 “이 후보가 BBK의 실소유주”라고 주장해 왔다.

지난달 29일 프랑스 파리로 출국한 홍 전 사장은 이날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1999년 9월 30억 원을 투자해 e캐피탈 명의로 BBK 주식 60만 주(지분 99%)를 갖게 됐다”며 “분명한 건 2000년 2월에는 주식을 보유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BBK 투자금 30억 원은 e캐피탈의 이덕훈(62·무한투자 회장) 전 회장의 돈”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회장은 본보 기자와 만나 “(30억 원은) 개인 돈이 아닌 사업자금”이라고 말했다.

또한 홍 전 사장과 이 전 회장은 “이 후보와는 일면식도 없다”며 이 후보와 BBK의 연루 의혹을 부인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중요 사건의 참고인이 출국하도록 한 것은 검찰이 홍 전 사장의 주장을 어느 정도 신뢰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김홍일 3차장은 “수사 결과 발표 시기나 내용, 방법 등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면서 “수사 초기 ‘최대한 신속하고 철저하게 실체를 규명해 사건을 처리하겠다’고 했던 기조가 지금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합민주신당 정봉주 의원은 “홍 전 사장이 국감에서의 자신의 진술마저 번복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고, 김 씨의 누나 에리카 김 씨도 “홍 전 사장은 매수된 증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후보의 맏형과 처남이 대주주인 ㈜다스가 미국에서 김 씨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변호를 맡은 ‘림, 루거 앤드 김’ 로펌은 이날 로스앤젤레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 씨의 부인이 지난달 20일 이 후보의 BBK 연루 의혹을 제기하면서 공개한 계약서의 서명은 모두 위조된 것”이라며 실제 서명이 담긴 문서를 증거로 제시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