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씨 능력 믿고 투자…李후보 얘기 나온적 없어”

  • 입력 2007년 12월 1일 03시 02분


《1999년 9월∼2000년 3월 투자자문회사 BBK의 대주주였던 창업투자회사인 e캐피탈의 이덕훈(62·무한투자 회장) 전 회장과 홍종국(48·다인벤처스 대표) 전 사장은 30일 본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당시 BBK 주식을 갖고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과 홍 전 사장은 “이 후보와는 일면식도 없다.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 씨가 투자의 귀재여서 투자를 결정했으나 사업이 불투명해 투자금을 회수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김 씨가 최근 검찰에 제출한 “이 후보가 2000년 2월 BBK 주식 61만 주를 김 씨에게 매도했다”는 내용의 한글계약서와는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이덕훈 e캐피탈 前회장 일문일답

“김경준 씨는 투자의 귀재였다. 그러나 약속을 잘 안 지켜서 투자금을 회수했다.”

1999년 BBK에 30억 원을 투자했다가 회수한 e캐피탈의 이덕훈(사진) 전 회장은 3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무한투자 사무실에서 본보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BBK에 30억 원을 투자한 이유는….

“김 씨의 부탁을 받아서 한 것이다. 당시 김 씨는 투자의 귀재였고, 인기가 최고였다.”

―돈은 어디에서 마련했나.

“개인 돈이 아니라 사업자금이다. (계좌 사본을 복사해서 보여 주며) SK증권 예금으로 했다. 투자는 투자심의위원회에서 의결한다. 대주주는 경영에 간섭을 안 해 잘 모르겠다.”

―김 씨를 어떻게 만났나.

“e캐피탈 홍종국 전 사장을 통해서 김 씨를 소개받았다. 투자할 즈음 김 씨와 두 차례 만났다. 김 씨의 개인 사무실이었고, 김 씨의 부인인 이보라 씨와 홍 전 사장이 동석했다. BBK인지는 몰랐고, 의례적인 만남이었다.”

―홍 전 사장은 어떻게 알게 됐나.

“벤처 금융업이 열기를 띨 때 창업했는데, 나는 제조업에 수십 년 근무해 금융 부분은 몰랐다. 전문가로 생각해 초빙한 사람이 홍 전 사장이다. 아는 사람이 홍 전 사장을 소개해 줬다.”

―당시 BBK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와 관련 있는지 몰랐나.

“이 후보는 모른다. 투자할 때 이 후보 얘기도 안 했다. 이 후보는 당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잃었고, 현대건설 회장직도 물러나 있었다. 이 후보의 이름을 들은 적도 없다. 이 후보는 당시 유명하지도 않았다.”

―돈을 회수한 경위는….

“당시 나는 (국내 종묘업계 1위 업체였던) 흥농종묘를 접고 창업투자회사인 e캐피탈을 만들어 경영권을 위임한 상태였다. 나중에 경영진이 보기에 김 씨가 장난하는 것 같았다. 동업을 못 하겠다고 했다. 홍 전 사장이 아니고 다른 경영진이 보고했다.”

―왜 경영진이 사업을 김 씨와 못하겠다고 했나.

“경영진은 ‘김 씨가 이상하다’고 하더라. 금융업에서는 신뢰가 제일 중요한데 약속을 안 지켰다는 거다. ‘블러핑’이라고 하는데, 언제 해 주겠다, 이런 걸 안 지켰다는 거다.”

―검찰에 서류를 제출했나.

“검찰에서 연락이 온 건 올해 9월이다.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이 BBK 주가조작 사건의 이 후보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 이 후보 측에서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서류를 제출하라고 했다. 당시 검찰에 직접 가 진술도 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홍종국 e캐피탈 前사장 일문일답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와는 일면식도 없다.”

홍종국 전 e캐피탈 사장은 30일 본보 기자와 국제전화로 통화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BBK 실소유주 논란에서 이 후보의 연루 의혹을 일축한 것이다. 홍 전 사장은 최근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지난달 29일 프랑스 파리로 출국했다.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 씨가 검찰에 제출한 한글계약서에는 2000년 2월 21일 이 후보가 김 씨에게 BBK 주식 61만 주를 49억9999만5000원에 매도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그건 들어 본 적이 없는 내용이라 뭐라고 말씀을 드릴 수가 없다. 분명한 건 2000년 2월 28일까지 e캐피탈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BBK 주식을 언제부터 언제까지 보유했나.

“1999년 9월 말경 BBK 주식 61만 주 가운데 60만 주를 액면가 5000원에 증자하는 과정에 참여했다. 처음에는 (김 씨와) 50 대 50 비율로 합작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나중에 (우리 측이 대부분을 매입한 뒤) 지분의 50%를 팔기로 했다. 정확하게 언제 팔았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30만 주는 2000년 2월 전이고, 나머지 30만 주는 2000년 2월 말경에 인수하겠다고 해서 3월 이후에 팔았다.”

―당시 이 후보와는 만난 적이 있나.

“나나 이덕훈 전 회장은 이 후보와는 일면식도 없다.”

―이 후보가 김 씨를 소개했나.

“무슨 소리인가. e캐피탈 설립 전부터 김 씨와 증권사인 환은살로먼스미스바니 동료라서 그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30억 원을 증자할 당시 BBK가 이 후보와 함께 사업을 한다든지 하는 내용의 얘기는 들었나.

“전혀 들은 적 없다.”

―설립한 지 얼마 안 된 BBK에 30억 원을 투자한 이유는….

“앞으로 펀드회사라는 것이 많이 클 수 있는 사업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투자한 것이다.”

―투자했던 돈을 단계적으로 빼낸 이유는….

“먼저 30만 주를 팔았던 것은 김 씨가 사고자 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30만 주는 다른 직원들이 평가해 봤을 때 사업이 불투명하다는 보고가 계속 올라왔는데, 김 씨가 매입을 원해서 팔았던 것이다. 김 씨가 사겠다고 할 때 직감적으로 뭐 좋은 게 있나 보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김 씨가 그 지분으로 이 후보와 ‘딜’을 하려고 했던 게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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