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신문은 미국의 전현직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은 파키스탄의 ‘핵 개발의 아버지’로 불리는 압둘 카디르 칸 박사가 북한에 판매했다고 시인한 원심분리기들이 제3국, 특히 시리아에 수출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당국자들은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을 시인한 적이 없는 북한이 이번에도 미 관리들에게 원심분리기의 존재를 부인했다”고 밝혀 이르면 며칠 내 이뤄질 핵 프로그램 신고의 진실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지난달 29일 한국을 방문해 원심분리기들이 제3국으로 이전됐을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3∼5일 북한을 방문할 예정인 힐 차관보는 “북한의 UEP가 지금 진행 중인지, 과거의 일인지 명확히 짚고 가야 한다”며 “UEP와 관련해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떻게 그런 일이 있었는지 설명이 필요하며 관련 장비가 있다면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힐 차관보는 이어 “방북하면 그 문제를 북측과 논의할 것이며 신고 대상에는 모든 핵 프로그램과 관련 시설, 물질이 다 포함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이 신문은 북한의 UEP 수준을 놓고 미 행정부 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며 힐 차관보 등은 북한이 UEP를 추진하는 것은 사실이나 아직 가동 단계는 아니라고 보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북한의 UEP가 이미 가동 중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편 힐 차관보는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이재정 통일부 장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현재는 최우선적으로 북한의 비핵화에 집중해야 한다”며 “비핵화가 이뤄진 뒤라야 경제 이슈(남북경협)로 옮아갈 수 있고 한국이 추진하는 경협의 진행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노무현 대통령 임기 말에 속도를 내고 있는 남북관계가 북한의 비핵화 속도보다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되는 것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