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수사' 결과 발표는 "돈흐름 팔데까지 파보고…"

  • 입력 2007년 12월 2일 19시 30분


검찰이 김경준 씨 기소 시점(5일)을 코앞에 두고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데 막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BBK의 실소유주라고 주장하며 김씨가 검찰에 낸 이른바 `이면계약서'를 놓고 정치권이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고, 이에 대한 진술이 새로 나올 때마다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이명박의 것'이라는 꼬리표가 달린 돈이 이들 회사 운영이나 김씨의 주가조작 과정에 들락거린 흔적이 있느냐가 수사 성패를 가름한다고 판단해서다.

검찰은 또 수사 결과 발표 시점이 임박하면서 어느 정도나 공개할지 등 내용과 수위 등을 놓고도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 진술ㆍ감정보다 `돈 흐름'이 열쇠 =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최재경 부장검사)은 그동안 수십 명의 참고인을 불러 조사하고 대검 등을 통해 김씨가 제출한 계약서의 위조 여부를 따졌다.

주요 참고인은 이 후보가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다스(옛 대부기공)의 지분 48.99%를 보유한 이 후보 처남 김재정 씨와 이 후보 측근으로 김씨와의 미국법정소송을 대리한 김백준 씨, BBK 증자 때 30억원을 투자한 홍종국 전 e캐피탈 대표와 이 회사 대주주인 이덕훈 홍능종묘 전 회장 등이다.

또 서울 도곡동 땅의 자금관리인과 ㈜다스 김성우 대표, 또 BBK 및 옵셔널벤처스에서 근무했던 직원 등도 광범위하게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다스나 BBK의 실소유주, 또 이 후보가 김씨의 주가조작에 연루됐는지 등에 대한 참고인 진술이 엇갈리고 있어 검찰은 이를 `하나의 주장'일 뿐이라고 보고 객관적 물증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이면계약서(주식매매계약서)에 찍힌 이 후보 도장의 위조 여부에 대한 감정도 대검에 맡겨 이 도장이 EBK증권중개의 각종 서류에 등장하는 도장이나 LKe뱅크인감관리대장에 등록한 도장과 같다는 잠정 결론을 얻었으나 계약서 자체의 진위를 가리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장이 실제 이 후보의 것이라고 해도 김씨가 임의로 찍었다거나 김씨의 부인인 이보라 씨가 이를 보관하고 있다 최근 계약서를 위조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이 후보를 직접 조사하거나 김씨와 대질 신문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계약서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따지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양측의 이런저런 주장보다 `이 후보의 돈'이라고 명백하게 입증된 자금이 이들 회사 경영이나 주가조작 과정에서 흘러 다닌 흔적이 있는지 추적하는데 검찰은 수사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5일 발표' 유력 = 검찰이 국민적 의혹을 조기에 해소하기 위해 3일 또는 4일 수사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으나 계좌추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5일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5일 김씨를 재판에 넘기면서 그 때까지의 조사 내용을 함께 밝힐 것이라는 것이다.

김홍일 3차장검사는 2일 브리핑에서 "수사가 한창 계속되고 있고, 언제 수사 결과를 발표할지 등에 대해서는 전혀 검토를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결계좌를 포함해 수십ㆍ수백 개의 계좌에 대한 추적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고, 이 후보가 주인인 자금이 흘러 다닌 정황이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몇 일, 몇 시에 수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하는 것이 현재로선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지금도 ㈜다스나 BBK의 회사 설립부터 증자, 이익배당 등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회사 운영 과정의 돈 흐름을 추적하면서 `혹시' 이 후보와 연관된 자금이 흘러들어갔는지 막바지 계좌추적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따라서 김씨를 기소하는 시점까지 모든 추적 가능한 계좌를 쫓아다닌 뒤 그 결과를 내놓는 방식으로 수사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임채진 검찰총장이 강조했던 `있는 것은 있다고 하고, 없는 것은 없다고 하겠다'는 언급은 의혹의 대상이 되는 모든 회사와 추적 가능한 자금의 흐름을 처음부터 끝까지 살펴 이 후보의 돈이 흘러 다닌 흔적이 `하나라도 있으면 있다고 하고, 없으면 없다고 하겠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 수사 결과 수위 조절 `고민' = 검찰이 규명해야 할 의혹은 ㈜다스 및 BBK의 소유관계와 이 후보가 김씨의 주가조작에 가담 또는 공모했느냐는 것.

김씨 측은 이 후보가 ㈜다스와 BBK의 실소유주일 뿐 아니라 주가조작의 `주범'이고 본인은 `종범'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이 후보와 한나라당 측은 이런 모든 의혹을 강력 부인하며 김씨가 모든 것을 위조하고 조작한 `자작 사기극'이라고 맞서고 있다.

따라서 검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수위, 즉 이 후보의 연루 의혹에 대해 얼마만큼 상세하게 발표하느냐도 같은 결과를 놓고 정치권에 큰 파장을 줄 수 있다.

간단하게 이 후보가 `무혐의'라거나 `㈜다스나 BBK 지분을 갖고 있다'라거나 `계좌추적이나 참고인 조사가 미흡해 더 수사해야 한다'라는 등으로 발표하는 방법도 있고, 이면계약서의 진위 등 언론과 정치권이 제기했던 각종 의혹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가며 사실인지 거짓인지 알려주는 방법도 있다.

`검사는 공소장으로 말하고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한다'는 법조계의 금언을 고려하면 기소 여부만 밝히는 것이 검찰의 오랜 관행.

하지만 지금까지 이 후보에 대한 서면조사나 소환조사 등 직접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검찰이 이 후보를 5일 곧장 기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검찰 안팎의 예상이고 보면 검찰이 이번에는 ㈜다스나 BBK의 소유관계 및 주가조작 가담 여부 등 사실관계가 확인된 수사 내용은 구체적으로 밝힐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따라서 이 후보에 대한 기소 여부와 관계없이 이 후보의 지분 소유 여부나 이 후보의 자금이 주가조작 과정에서 흘러 다녔는지 여부를 함께 적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수사를 통해 밝혀진 것은 밝혀진 대로 알려주면서 핵심 사항에 대해서는 "해외계좌 추적이 불가능한데다 핵심 참고인이 해외에 체류하는 등 수사에 어려움이 많아 완전한 진실을 규명하지 못했으며 계속 수사 하겠다"는 식으로 `빠져나갈 여지'를 남겨둘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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