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서면조사는 수사 마무리 묘수?

  • 입력 2007년 12월 4일 03시 05분


대선후보 소환 따른 형평성 시비 덜고

“조사 할만큼 했다” 범여 반발 여지없애

검찰이 극비리에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에게 두 차례나 서면 조사를 요청한 것은 수사 결과 발표를 위한 마무리 수순 밟기로 분석된다.

핵심이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경준 씨의 비리 규명이 아니라 이 후보 관련 의혹인 만큼 이 후보를 어떤 형태로든 조사하지 않고 수사를 마무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선 대선정국이 요동칠 수밖에 없는 정치권의 난기류도 검찰의 운신의 폭을 좁혀 왔다.

지난달 16일 김 씨의 국내 송환 이후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검찰이 선택할 카드는 크게 세 가지였다. 이 후보를 직접 소환 조사하거나 △서면 조사 △이 후보에 대한 조사 없이 수사를 종결하는 것.

통상적인 사건이라면 이 후보를 직접 소환 조사하는 데 부담이 없었을 것이다. 대통합민주신당과 지만원 씨의 고발로 이 후보는 일단 피고발인 신분이었다.

하지만 제1야당의 유력 대선 후보를 직접 소환하는 것은 정치적 파장이 너무 컸다. 대선 정국에서 검찰의 소환 조사가 갖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이다. 정치적 형평성 시비가 불거질 것이 뻔해 대선 관리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이 후보에 대한 조사 없이 수사를 마무리할 수도 없었다.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검찰이 관련 의혹을 충분히 수사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야 이 후보 관련 의혹을 제기해 온 범여권 진영을 만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후보가 김 씨와 배석자 없이 단 둘이 나눴을 대화의 진실 등을 밝히기 위해선 이 후보에 대해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 후보를 조사하지 않고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면 검찰은 ‘균형 잡힌’ 수사를 못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결국 검찰로선 양 극단을 피해 서면조사라는 ‘제3의 길’을 돌파구로 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조사는 하되 비밀리에 서면 질의와 답변서로 대체해 정치적 논란을 피하려 했다는 것.

그동안 검찰과 이 후보는 서면조사 자체를 비밀에 부쳐 왔다. 서면조사도 조사인 만큼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피하기 위해선 비밀 유지가 우선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검찰의 서면조사 결과가 이 후보 관련 의혹을 제기해 온 범여권 진영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이 BBK 특별검사법 발의를 공언하는 등 대선 정국이 이미 정치 공방으로 한껏 달아올랐기 때문이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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