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은 나라가 해놓고… 11만명 ‘생고생’

  • 입력 2007년 12월 4일 03시 05분


행정착오로 주민등록-호적 불일치… “대책없다” 팔짱

혼인신고-여권발급 때마다 짜증… 정정하려면 재판해야

국가 기관의 행정 착오 등으로 인해 주민등록과 호적의 기록이 서로 다른 국민이 11만 명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혼인신고, 여권 발급 등에 불편을 겪고 있지만 기록을 바로잡으려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해 잘못된 기록이 그대로 유지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도 착오에 책임을 져야 할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3일 행정자치부와 대법원에 따르면 양 기관이 최근 주민등록 인구 4900만여 명과 호적 인구 5400만여 명(재외국민 포함)을 대상으로 전산 기록을 대조한 결과 같은 사람인데도 두 문서의 기재 내용이 다른 사람이 11만1000여 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들은 양쪽의 다른 기록 때문에 상속, 혼인신고, 여권 발급, 비자 연장, 연금 수급, 정년 문제 등에서 불편을 겪었거나 앞으로 불편을 겪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충위에 제기된 민원 중에는 주민등록과 호적의 생년월일이 달라 비자 연장이 거부된 유학생이 있었다.

또 같은 이유로 혼인신고를 거부 당했다가 호적 정정 재판을 통해 4개월 만에 혼인신고를 한 사례도 있다.

행자부 관계자는 “취업이나 입영 연기 등을 위해 당사자가 고의로 기재 내용을 변경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과거 수기(手記)로 돼 있던 호적을 전산화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생기는 등 대부분은 국가 기관의 실수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잘못된 기록을 바꾸려면 많은 불편을 겪어야 한다.

호적의 생년월일에 맞춰 주민등록번호를 정정하려면 호적등본을 거주지 읍면동에 제출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하루 이틀에 호적에 맞게 주민등록번호는 정정이 되지만 운전면허증과 각종 자격증, 은행통장, 대학의 학적기록, 보험계약 서류 등을 일일이 바뀐 주민등록번호에 맞춰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정부 관계자는 “대부분의 개인정보가 주민등록번호 위주로 돼 있기 때문에 처음엔 편할지 몰라도 나중에 불편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반대로 주민등록번호에 맞춰 호적기록을 정정하려면 법원의 허가까지 받아야 한다.

주민등록번호의 생년월일에 따라 호적상 생년월일을 바꾸려면 ‘출생증명서’나 ‘출생신고서’로 정확한 생년월일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대개 한 달 이상 걸리는 법원의 ‘비송사건 재판’도 받아야 한다. 1990년 이전 출생자의 출생신고서는 대부분 폐기된 상태여서 확인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문제점은 인식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주민등록 기록과 호적 기록을 일치시키기 위한 절차
구분절차장점단점
호적에 맞춰
주민등록 변경
호적등본을 거주지 읍면동에 제출하면 1, 2일 후 주민등록 기록 정정절차
간단
향후 각종 자격증, 은행통장 등을 일일이 바뀐 주민등록번호에 맞춰야 함
주민등록에 맞춰
호적 변경
출생신고서나 출생증명서 등 생년월일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법원에 제출, 재판을 통해 법원으로부터 허가를 받음 한번 바꾸면 향후 불편이 없음출생신고서가 폐기된 사람이 많아 생년월일을 증명하기 어려움. 법원의 허가에 한 달 이상 소요
자료: 행정자치부, 대법원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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