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종연횡 마무리 판단… ‘反이명박 연대’ 경계심
‘이제부터는 진정한 실력으로 승부수를 띄워 압승을 거두겠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가 남은 선거운동 기간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구상이라고 한 측근이 3일 전했다.
이 후보 측은 정몽준 의원이 이날 자신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하고,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가 무소속 이회창 후보로의 단일화를 선언함에 따라 정치권의 합종연횡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금명간 검찰의 ‘BBK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서 앞으로 선거판은 ‘네거티브’나 ‘외연 확대’가 아닌 ‘실력’으로 결판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후보 측은 정 의원의 합류로 ‘대세론’이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계 재계 체육계의 거물인 정 의원 영입을 통해 20% 안팎의 부동층을 이명박 후보 쪽으로 흡수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후보는 이를 위해 정 의원과의 연대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선 정 의원이 한나라당의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심어 주기 위해 선대위 상임고문직은 물론 최고위원직까지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은 상임고문으로서 자신의 고향인 강원 유세는 물론 남해안 동해안 벨트 유세에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특히 현대 관련 기업체가 많은 지역이 주요 타깃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나라당은 정 의원의 영입 이후 외연 확대나 외부 영입에 화력을 집중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합종연횡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반(反)이명박 연대’가 결성될 것에 대해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나 이회창-심대평 연대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과거 두 차례 대선에서 호남과 충청의 연대로 한나라당이 패배했지만 지금의 연대 구도는 충청-충청, 호남-호남 구도이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압승을 원하고 있다. 측근들에게 자주 “간신히 이겨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반드시 압승을 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후보는 정책과 경제로 더욱 차별화를 해 나갈 방침이다. 이제부터는 ‘진정한 실력’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생각이다.
이 후보는 대선에서 승리한 뒤 내년 4월 총선에서의 압승을 위해 공천 과정에서부터 강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크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 정몽준 의원 일문일답
▼“2007년 시대정신은 선진국 진입 李후보가 한국을 미래로 이끌 것”▼
3일 한나라당에 입당한 정몽준 의원은 “이명박 대선 후보가 우리를 미래로 이끌 사람이라 판단해 지지를 결심했다”며 “오랜 기간 무소속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설렘도 있고 더 큰 책임감도 느낀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날 회견에서 “이번 선거는 지난 20년간 실패한 정치 실험을 마감하고 민주주의의 새 활로를 뚫는 대혁신을 이끌어 갈 지도자를 선출하는 중대한 선택”이라며 “16대 대선에서의 혼선에 대한 일말의 책임을 느끼고 있지만 무소속으로 무책임하게 중립지대에 안주할 수 없어 대선을 보름 앞두고 이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정 의원을 따로 만나 감사의 뜻을 전하며 가볍게 포옹하기도 했다. 다음은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와 단일화 했을 때와 오늘의 이 후보 지지 선언은 의미가 다른 것 아닌가.
“2002년의 시대정신은 변화였다. 당시 노 후보가 그것은 잘 수용할 줄 알았는데 (결과적으로) 제 판단이 틀렸던 것 같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국가를 안정시키면서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여러 후보 중 이 후보가 가장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지지하기로 했다.”
―이 후보의 당선이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본 것인가.
“그동안 정치가 잘된 적이 없어도 경제는 발전했다고들 하지만 앞으로는 정치가 달라지지 않으면 경제도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정당들도 정치 발전에 조금 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미국 민주당의 케네디와 공화당의 록펠러가 양당제 발전에 기여했다고 하는데 저도 조금이나마 우리나라 정당정치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과거 정권이 실패했다고 했는데….
“현 정부는 국민을 분열시키고 계층 간 양극화도 심화시켰다. 공보다 과가 많아 국민의 가슴을 상하게 한 게 아닌가 한다. 우리는 지금 여당이 없는 대선을 치르고 있다. 이는 민주국가에서 불가능한 일이다. 정당제도와 민주주의의 큰 위기가 왔다고 보고 결단한 것이다.”
―이 후보는 30년 가까이 현대에 몸담았다. 이 후보가 고 정주영 회장과 정치적 노선을 달리해 관계가 악화됐다고 하는데 오늘로서 이 후보와 현대가(家)가 화해했다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 것으로 봐도 되나.
“신문이나 사석에서 간혹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 누가 누구를 미워한다고 공개석상에서도 말하곤 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것 같다. 사람의 감정은 복합적이다. 저는 두 분이 상대의 능력을 잘 알고 서로 고마워하는 사이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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