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20차 여론조사]권역별 판세와 현지 민심

  • 입력 2007년 12월 5일 03시 02분


지난달 27일 대전에서 열린 한 대선 후보의 선거유세 장면. 수천 명의 유권자들이 후보의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지난달 27일 대전에서 열린 한 대선 후보의 선거유세 장면. 수천 명의 유권자들이 후보의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下>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광주-전남-전북 강원-제주

▼대구-경북 李 43% 昌 20.4% 鄭 5.8%▼

옛 여권의 기반 지역이었던 대구 경북지역은 10년간 ‘소외’됐다는 정서에 노무현 정부에 대한 반감까지 합쳐져 정권교체의 필요성에는 대부분 공감한다. 다만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무소속 이회창 후보 중 어느 쪽을 선택하는 것이 정권교체에 더 유리할지 저울질하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방향은 바꿔야 한다는 것 하나인데 정작 이를 수행할 보수 진영이 분열돼 고민이다”라고 토로하기도 한다.

본보와 코리아리서치센터가 지난달 30일과 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대구 경북에서 이명박 후보가 43.0%로 1위였고, 이회창 후보는 20.4%,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5.8%였다. 이명박 후보가 1주일 전 조사 때(42.0%)보다 1%포인트 오르고 이회창 후보 지지율은 1주 전(28.6%)보다 8.2%포인트 하락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이명박 지지선언’ 때문으로 해석하는 현지 관계자들이 적지 않다.

한나라당 대구시당위원장 박종근 의원은 “이회창 후보는 이미 한계점에 달했고 거품은 곧 빠질 것이다. BBK 수사 결과 이명박 후보가 주가조작과 관련 없다는 사실만 제대로 발표되면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할 것이다”고 말했다.

반면 이회창 후보의 대구지역 선거대책본부장인 백승홍 전 의원은 “3일 이회창 후보가 대구를 방문한 이후 ‘흠결 많은 이명박 후보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이회창 후보의 상승을 기대했다.

하세헌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명박 후보의 지지층이 예전 대선의 이회창 후보와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지만큼 뿌리가 깊지 않다”며 “결국 BBK 수사 발표에 따라 표심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지역 여론조사기관인 에이스리서치 조재목 대표는 “(이명박 후보 지지 유세에 나선) 박 전 대표의 선택에 따라 대구 경북 민심이 좌우될 것이다. 또 선거 막바지로 갈수록 당선가능성 높은 후보 쪽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대구=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광주-전남-전북 鄭 40.8% 李 11.1% 昌 6.2%▼

호남권은 전통적으로 범여권의 강세지역이지만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과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얻었던 절대적 지지는 아직 얻지 못하고 있다. 남은 기간에 정 후보가 범여권의 과거 대선 당시와 같은 90%대 지지율에 육박할 수 있겠느냐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렸다.

이번 본보 여론조사에서 광주 전라지역에서는 정동영 후보가 40.8%로 수위를 달렸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11.1%)는 두 자릿수 지지율을 아슬아슬하게 지켰다. 무소속 이회창,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모두 6.2%였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도 3.5% 지지율을 얻는 데 그쳤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전남에서 5.1%를 얻는 등 호남권에서 2.4%를 얻었다.

대통합민주신당 광주시당 김재균 선거대책위원장은 “유권자들이 아직 대선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지만 밑바닥 유세를 통해 부동층을 끌어들이면 예전 지지율 회복에는 문제가 없다. 최근 호남지역 자체 조사에서 정 후보의 지지율이 50%대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전북도당 김경안 위원장은 “과거에는 거리에 유세 차를 세우기조차 힘들었지만 지금은 지역 민심이 많이 나아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경제 살리기에 공감하는 유권자가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오수열 교수는 “이번 대선은 과거에 비해 지역적 과열 양상이 현저히 낮아졌다. 호남 유권자들이 두 번에 걸쳐 정권을 창출하며 일종의 ‘한풀이’를 한 데다 참여정부의 실정(失政)에 대한 실망감이 높아 특정 후보 쏠림 현상이 완화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전주=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광주=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부산-울산-경남 李 37.6% 昌 21.3% 鄭 6.7%▼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쏠림 현상이 강한 부산 울산 경남지역에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이명박 후보가 다른 후보들을 크게 앞서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본보와 코리아리서치센터가 지난달 30일과 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이명박 후보가 37.6%, 이회창 후보 21.3%, 정동영 후보가 6.7%였다. 권영길 후보는 3.8%, 문국현 후보는 3.6%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 지지율과 비교하면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각각 1.9%포인트와 3.7%포인트 높다. 정동영 후보는 전국 평균 지지율보다 5.9%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이명박 후보는 권역 내 지역별 성별 연령별로 모두 높지만 특히 울산(42.1%)과 50대 이상(45.9%)에서 강세를 보였다.

경남지역의 부동층(32.7%)이 전국 평균(24.6%) 보다 9.1%포인트 높다는 점이 눈에 띈다. 임박한 BBK 사건 수사 결과와 관련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양재인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BBK 수사 결과에 따라 부동층의 표심 변동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지난 대선과 달리 초반부터 크게 앞서 나가는 상황이라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구도 자체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대통합민주신당은 현재 부산 경남지역에서 보수층의 강세를 인정하면서도 수사 결과에 따른 이명박 후보 지지 세력의 이탈을 유도하고 부동층을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이회창 후보 측 관계자들도 수사 결과에 따라 상대적인 반사이익을 취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아래 이번 주를 지지율 상승의 고비로 보고 있다.

한편 울산이 지역구인 정몽준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이 보수 세력과 부산 경남권의 결집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지역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유종선 울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미 이명박 후보가 크게 앞서고 있는) 판세 전체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 다만 울산권을 넘어 영남권 지지 세력 결집에 다소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창원=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부산=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강원 李 32.1% 昌 23.6% 鄭 8.3%▼

제주 李 31.7% 昌 16.3% 鄭 16%

본보 조사 결과 강원에서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32.1%, 무소속 이회창 후보 23.6%,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8.3%,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5.2%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 지지율과 비교할 때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3.6%포인트 낮은 반면 이회창 후보는 6.0%포인트 높다. 이명박 후보는 원주권(37.2%) 강릉권(36.4%) 및 50대 이상(42.9%)에서, 이회창 후보는 40대(35.6%)에서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지역 출신 후보도 없고 관련 공약도 특별한 게 없어 누가 되든 관심이 없다”는 사람이 많다. 최근에는 보수 성향의 이회창 후보가 강원도의 ‘실향민 정서’를 등에 업고 소폭 지지율이 올라가는 기류다. 하지만 한나라당에서는 “되는 쪽으로 몰아주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 결국은 부동층이 이명박 후보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제주에서는 이명박 후보가 31.7%로 1위를 고수하는 가운데 이회창 후보와 정동영 후보가 각각 16.3%, 16.0%로 치열한 2위 다툼을 벌였다. 전국 평균 지지율과 비교하면 이명박, 이회창 후보가 각각 4.0%포인트, 1.3%포인트 낮은 반면 정동영 후보는 3.4%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제주시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김모(44) 씨는 “대선 때마다 제주를 ‘동아시아의 보배’로 키우겠다고 공약했지만 ‘립서비스’에 그친 느낌”이라며 “제주국제자유도시, 관광개발 투자 등에 대한 실천의지가 있는 후보를 뽑고 싶다”고 말했다.

춘천=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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