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금 200억 에리카김 계좌로 송금”

  • 입력 2007년 12월 5일 03시 02분


김경준 횡령 피해자측 ‘김씨 누나-부인 공범 처리’ 검찰에 요청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 김경준 씨의 누나 에리카 김 씨와 아내 이보라 씨도 김 씨의 공범으로 형사처벌해 달라는 요청서가 검찰에 접수됐다.

이 문건은 “김 씨가 회사 돈 380억여 원을 횡령했다”며 김 씨를 상대로 3년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벌이고 있는 옵셔널캐피탈(옛 옵셔널벤처스코리아) 측 변호인 메리 리 변호사가 최근 서울중앙지검에 낸 것.

이와 관련해 검찰은 최근 이 씨와 에리카 김 씨를 기소 중지했으며 이들을 상대로 입국 시 통보 및 출국금지 조치를 한 것으로 4일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 씨 이외에 에리카 김 씨와 이보라 씨도 형사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AM파파스 계좌 주인은 에리카 김”=검찰에 접수된 공범처리 요청서에 따르면 주식 매각대금 및 횡령금의 상당액은 ‘페이퍼 컴퍼니(서류상 회사)’를 거쳐 에리카 김 씨 명의의 계좌로 흘러들어 갔다.

이 요청서에 첨부된 송금기록 등에는 횡령금 380억 원 중 200억 원 이상이 흘러들어 간 계좌의 주인이 에리카 김 씨이며, 계좌주의 주소도 ‘에리카 김 법률사무소’(Law Office of Erica Kim Wilshire Blvd. Los Angeles)로 나타났다.

송금은 항상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이뤄졌다. 옵셔널벤처스코리아 계좌의 돈이 일단 라라사(Laraza), 로즈(Rhodes), 프라임(Prime) 등 페이퍼 컴퍼니로 들어간 뒤에 다시 미국연방상업은행(United Commercial Bank)의 에리카 김 씨 계좌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MAF펀드를 통한 주가조작에 활용된 페이퍼 컴퍼니 AM파파스의 계좌주도 에리카 김 씨라고 공범처리 요청서에 나와 있다.

▽‘가공 이사’의 의결권 위임=김 씨의 아내 이보라 씨는 샌드라 무어, 모리스 오배넌 등 가공의 이사들이 의결권을 자신에게 위임한다는 내용의 허위 위임장을 만들어 주가조작 과정에서 회사의 의사 결정을 주도한 것으로 나온다.

특히 2001년 9월 주주총회에서 주가조작을 위한 유상증자를 결정할 때 AM파파스의 가공의 이사 ‘에릭 린슬리’의 위임장을 위조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이 씨는 증권투자 분야에서 수년간 계속 활동했으며 옵셔널벤처스코리아에서 월 500만 원 이상을 받아 왔다.

▽어수선한 검찰 안팎=수사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4일 김 씨와 누나인 에리카 김 씨가 검찰 수사에 반발하자 검찰이 반박에 나서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에리카 김 씨는 3일 각 언론사에 보낸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의 검찰이 아니라 이명박의 검찰이 돼 가고 있다”면서 “증거와 자료를 가지고 5일 오전 11시(한국 시간 6일 오전 4시) 검찰 수사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겠다”고 말했다.

한 주간지는 또 김 씨가 검찰 수사와 관련해 자신의 장모에게 써 준 메모지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김 씨가 썼다는 메모엔 “지금 한국 검찰청이 이명박을 많이 무서워하고 있다. (검사가) 이명박 쪽이 풀리게 하면 (구형을) 3년으로 낮춰 주고 그러지 않으면 7∼10년’이라고 말했다”고 나와 있다.

김 씨 측 오재원 변호사는 5일 오후 자신의 사무실에서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에 대한 김 씨의 생각을 설명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적법 절차에 의해 수사를 했다”며 “김 씨의 수사 전 과정이 녹음 및 녹화되어 있고 김 씨의 변호사도 매번 입회를 했기 때문에 눈곱만큼의 의혹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이 사건의 주임검사인 최재경 특수1부장도 “수사팀에 대한 비열한 음해이며 저열한 정치극이라 생각한다”면서 “검사들은 한정된 시간에 아무런 보상 없이 뼈 빠지게 수사했는데 악의적인 공격을 당해 격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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