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대통령 선거만 있는것 아닙니다” 전국 50곳서 재보선

  • 입력 2007년 12월 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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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후보 152명 “날 좀 보소”

《19일 제17대 대통령선거와 함께 전국 50개 선거구에서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을 뽑는 재·보궐선거가 치러진다. 13곳에서 실시되는 기초단체장 선거에는 49명이 출마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또 12곳에서 실시되는 광역의원 선거에는 36명이, 25곳에서 치러지는 기초의원 선거에는 67명이 각각 후보로 나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번 재·보선은 대선에 밀려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지만 지역 이슈가 있는 일부 선거구에서는 열띤 득표 활동이 벌어지고 있다. 지방에 파견된 본보 대선특별취재단이 기초단체장 재·보선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점검해 본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도 합종연횡?’

전북 부안군수 재선거에 나선 대통합민주신당 김호수 후보와 무소속 최규환 후보는 12일까지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를 단일화하기로 합의했다.

후보 6명 중 한나라당 강수원, 무소속 최규환, 김종규 후보는 민선 1∼3기 군수를 지냈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부안군민들은 모이기만 하면 ‘군수로 누가 좋은가’를 놓고 갑론을박을 하는 등 재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다.

약국을 운영하는 이모 씨는 “유권자가 5만 명밖에 안 되는 지역에 후보가 6명이나 나와 사돈의 팔촌, 선후배까지 따지면 안 걸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지자체장 선거에 관심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2004년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유치’를 둘러싸고 대립했던 후유증이기도 하다. 당시 찬성파와 반대파로 갈려 싸운 주민들이 앙금이 남아 있던 터에 이번 선거로 다시 나뉘고 있는 것. ○…2명의 군수가 뇌물수수 혐의로 군수직에서 물러나는 바람에 1년 6개월 사이 세 번째 선거를 치르게 된 경남 창녕군 주민들은 이번 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다.

후보가 유세를 하는 현장에는 금세 50여 명씩 모인다. 이석운(36) 씨는 “이렇게 거리에 사람이 많이 모인 것은 오랜만에 본다”고 말했다.

창녕군청 문화홍보과 성봉준 씨는 “군수 뽑는 게 발등에 떨어진 불이어서 어딜 가든지 보궐선거 얘기만 한다”고 전했다.

재선거가 실시되는 함안군도 선거 열기가 뜨겁다. 읍내 곳곳에 군수 후보의 현수막과 사진이 대선 후보보다 더 많이 걸려 있다.

○…경북에서 재선거가 치러지는 영천시, 청도군, 청송군 등 3곳의 화두는 ‘깨끗한 선거’다. 3곳 모두 1995년 민선 1기 출범 이후 단체장이 선거법 위반 또는 비리 혐의로 줄줄이 낙마했기 때문.

영천시 한 주민은 “3년째 시장 선거만 해 지긋지긋하다”며 “이번에는 제발 임기라도 제대로 채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영천시와 청도군은 각각 6명과 4명의 무소속 후보가 출마해 혼전 양상을 띠고 있다. 무소속 후보들 대부분이 한나라당 출신이라 후보 간 정책 대결보다는 혈연, 지연, 학연 등을 앞세워 혼탁 선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한동수 후보와 옥중 출마한 배대윤(무소속) 전 청송군수의 2파전인 청송군은 관심이 덜한 편이다.

○…“선거합니꺼? 중구 사람들도 신경 안 씁니더.”

부산 중구청장 후보 3명의 사무실이 모여 있는 국제시장 사거리에서 만난 정영진(65) 씨는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실제로 한 후보가 한창 유세를 했지만 길을 가던 행인 7, 8명이 잠깐 고개를 돌릴 뿐 분위기는 썰렁했다. 어깨띠를 두른 선거운동원들이 후보의 명함을 나눠 줬지만 대다수 행인은 받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 자갈치시장 상인 30명에게 ‘구청장 재선거를 아느냐’고 물었지만 “안다”고 한 사람은 3명에 그쳤다.

○…“후보 이름과 사진까지 붙여 놔도 대선 유세하는 줄 아는 분이 솔찬히 있당게요. 군수 선거 나왔다고 말하면 그제야 ‘맞네, 군수 선거도 하제’ 하셔요.”

전남 장흥군 군수 재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의 선거운동원 이모(45) 씨는 “2주밖에 안 남았는데 아직도 관심이 낮다”며 한숨을 쉬었다.

전남 지역에서 기초단체장 재보선이 치러지는 곳은 장성군, 장흥군, 해남군 등 3곳. 이들 지역 유권자들은 대선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관심이 없기는 수도권도 마찬가지다.

다만 서울 강서구청장 재선거는 각당 후보와 무소속 후보가 경합하면서 상대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한나라당 김재현, 대통합민주신당 김영권, 무소속 유영 후보가 각축을 벌이고 있고 무소속 고재익, 신낙형 후보도 표밭을 다지고 있다.

김재현 후보는 높은 당 지지율과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이명박 후보의 특보를 지낸 경력 등을 앞세우고 있다. 유영 후보는 1, 2대 민선 강서구청장 경험과 폭넓은 지역 인맥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김영권 후보는 한의사회 인맥을 토대로 당선 무효가 된 전임 구청장이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점을 공격 포인트로 부각하고 있다.

경기 안양시장 재선거에는 한나라당 이필운, 대통합민주신당 최대호 후보만 등록했다. 후보들은 새벽부터 밤까지 유세 강행군을 하고 있지만 유권자 중에는 후보가 2명이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각 당 관계자들은 전했다.

대선특별취재단

기초 단체장 재·보궐 선거구와 후보
선거구후보(나이·소속)
서울 강서구김영권(46·신) 김재현(66·한) 고재익(54·무) 신낙형(49·무) 유영(59·무)
부산 중구오경석(42·신) 김은숙(62·한) 변종길(66·무)
경기 안양 동안구최대호(49·신) 이필운(52·한)
충남 연기군성태규(44·신)최무락(58·한) 최준섭(51·국) 유한식(58·무) 황순덕(52·무)
전북 부안군김호수(64·신) 강수원(73·한) 이강봉(58·민) 김종규(56·무) 이석기(49·무) 최규환(72·무)
전남 장성군김한종(53·신) 김흥주(65·민) 김양수(57·무) 이청(50·무)
전남 장흥군이명흠(58·신) 백도선(62·민) 김성(48·무)
전남 해남군김충식(57·신) 정두채(68·민) 이석재(61·무)
경북 영천시김영석(56·무) 김정일(66·무) 김준호(69·무) 박영환(40·무) 이병진(59·무) 이성희(53·무)
경북 청도군김하수(48·무) 이광동(47·무) 이광호(59·무) 정한태(54·무)
경북 청송군한동수(58·한) 배대윤(59·무)
경남 함안군조현룡(61·한) 조영규(60·무) 진종삼(68·무)
경남 창녕군성낙봉(49·신) 하강돈(59·노) 김충식(57·무) 한홍윤(51·무)
선거관리위원회 신고 기준.
신=대통합민주신당 한=한나라당 노=민주노동당 민=민주당 국=국민중심당 무=무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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