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는 검찰 수사로 BBK 주가조작 연루의혹이 벗겨짐에 따라 앞으로 남은 대선 2주일 동안 ‘대세론’을 굳힐 확실한 발판을 확보했다. 이에 무소속 이회창 후보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측은 ‘이명박 후보와 검찰의 야합’이라고 비판하며 공동으로 반(反) 이명박 전선을 형성할 태세다.
▽‘적과의 동침’=이회창 후보와 정 후보 측은 아직 명시적으로 손을 잡겠다는 의사를 밝히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양 측은 20%포인트 이상 차이 나는 이명박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로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힘을 합쳐 대응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김효석 원내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검찰 수사를 비판하며 “이회창 후보도 모든 유세일정을 중단한 채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강조한 것도 양측의 공감대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회창 후보 측 강삼재 전략기획팀장이 이날 “반부패 세력과의 연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책 경쟁 사라지나=이명박 후보는 이날 당 중앙선대위 전체회의에서 “앞으로 정책과 공약을 좀 더 꼼꼼히 챙겨달라”고 주문했다. 여기엔 남은 대선을 ‘정책 선거 대(對) 네거티브 선거’의 구도로 만들어 유권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유도하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반면 이회창 후보는 5일과 6일 유세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한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또 정 후보는 6일부터 유세를 재개하되 규탄 대회를 동시에 진행키로 했다. 이회창 후보와 정 후보는 6일 오후로 예정된 대선 후보 TV토론에서도 ‘이명박 후보와 검찰의 유착설’, ‘편파 수사’ 의혹 등을 집중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양 후보 측은 지금까지 제기되지 않았던 새로운 의혹을 공개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회창 후보 측의 한 관계자는 “투표일을 1주일 정도 남긴 시점에 막판 폭로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네거티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부담이지만 정책 경쟁에 집중해서는 판세를 뒤집기 어렵다는 게 이회창 후보와 정 후보 측의 판단이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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