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 돌연 귀국 경위’도 조사…조서엔 안남겨

  • 입력 2007년 12월 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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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조된 여유?지난달 16일 미국 도피 5년 11개월 만에 검찰 수사관들과 함께 귀국한 뒤 사진 촬영을 위해 인천국제공항 계류장 입구에 선 김경준 씨(가운데). 동아일보 자료 사진
위조된 여유?
지난달 16일 미국 도피 5년 11개월 만에 검찰 수사관들과 함께 귀국한 뒤 사진 촬영을 위해 인천국제공항 계류장 입구에 선 김경준 씨(가운데). 동아일보 자료 사진
■ 검찰이 남겨놓은 부분들

검찰이 5일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BBK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을 제기한 김경준 씨의 주장을 거의 인정하지 않는 결론을 내리자 김 씨가 지난달 국내 송환에 응한 배경에 새롭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씨가 조작한 이면계약서 한 장을 들고 결국 ‘무덤’으로 걸어 들어온 이유에 대한 의문점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김경준, 돌연 입국한 경위는=2004년 5월 미국 현지에서 체포된 김 씨는 2005년 10월 한국으로의 범죄인 인도가 결정됐지만 민사소송 진행을 이유로 ‘인신보호청원’을 제출해 송환을 거부해 왔다. 송환을 거부하던 그는 10월 8일 미국 법원에 인신보호청원 항소심을 취하하고 대선 한 달을 앞둔 지난달 16일 전격적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검찰은 5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배경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 씨가 송환에 응한 배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것은 수사 대상이 아니다. 범죄인 인도요청을 했는데 당사자가 돌아오면 좋은 것이다. 왜 왔느냐는 데 대한 수사는 안 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 차장의 답변엔 한나라당이 최근 김 씨의 ‘기획입국설’을 제기한 뒤 벌어진 정치적 논란에 불필요하게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김 씨가 이 후보에 대해 제기한 의혹들이 경우에 따라서는 김 씨의 새로운 혐의로 추가될 수 있는 만큼 김 씨의 갑작스러운 입국 배경과 이 후보를 물고 늘어진 동기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선 김 씨가 범여권 핵심 인사와의 ‘교감’ 아래 전격적으로 국내 송환을 결정했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검찰 수사팀은 수사 과정에서 김 씨를 상대로 입국 경위에 대한 조사를 벌였으나 조서에는 남기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얘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씨의 입국 등을 둘러싼 논란은 쉽사리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은 이날 “당장 대응하지는 않겠지만 (김 씨의) 배후는 선거가 끝나면 자동적으로 밝혀진다”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미 정치권 인사가 김 씨의 입국에 관여하고 이 후보와 관련해 없는 사실을 폭로하라고 지시했다면 증거인멸죄 적용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설훈 전 의원처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된 사건이 아니어도 검찰이 자체인지 수사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여전히 남는 의문점=검찰은 이 후보가 “내가 BBK를 창업했다”고 말한 과거 언론 인터뷰와 BBK가 찍힌 ‘대표이사’ 명함을 사용했다는 의혹을 조사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이 의혹은 BBK 소유자가 누구냐의 문제로 귀결되는데 소유주 문제는 계좌추적 등으로 명백히 확인했기 때문에 더 수사할 필요가 없고 확인할 필요도 느끼지 못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의 이상은 씨 지분이 누구 소유인지도 의문점으로 남았다. 검찰이 8월 실소유주가 누구인지 밝힐 수 있는 핵심참고인이라고 지목한 이 후보 측의 자금관리인 이병모 이영배 씨가 4일 소환됐으나 도곡동 땅 관련 의혹은 신문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해당 사건은 이미 8월 13일 종결 처리됐고, 이번 수사에서 규명해야 할 의혹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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