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정국의 주요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던 이른바 ‘BBK 사건’이 5일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로 결국 김경준 씨의 사기극으로 드러나자 곳곳에서는 이런 탄식이 터져 나왔다. 여기에는 5년마다 전염병처럼 나타나는 ‘네거티브 대선’이라는 한국 정치의 후진적 행태에 대한 실망이 배어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사회가 이제부터라도 세계 11위의 경제력에 걸맞은 정치 사회적 자정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자성론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2002년 대선에서 김대업 씨가 제기했던 병풍 의혹 등이 거짓으로 판명 나 네거티브 캠페인에 대한 ‘학습효과’가 있었지만 5년 뒤 다시 네거티브 광풍에 휘말리면서 국가적 에너지가 낭비된 데 대해서는 사회적 방어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형준(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국민의 정치의식은 네거티브 공세에 휘둘리지 않을 정도로 발전했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네거티브 공세에 따른 ‘한 방의 추억’을 잊지 못해 BBK 사건으로 한국 사회가 수개월을 허송했다”고 말했다.
2002년 대선 때 병풍 사건과 20만 달러 수수설, 기양건설 비자금 수뢰 의혹 등을 제기했던 사람들이 현 정부에서 가석방 및 특별사면, 복권되는 등 허위 네거티브에 대한 처벌이 느슨한 것도 BBK 사건을 키운 배경이라는 진단도 있다.
미국의 경우 네거티브 공세가 거짓으로 판명되면 이를 제기한 후보 진영이나 보도한 언론 등에 대해서도 법적 책임을 물어 유사한 사안의 재발을 방지한다.
정치학계에서는 대선이 있는 해의 네거티브 공세에 대해서는 의원들의 면책특권을 한시적으로 제한하고 정책 선거의 정착을 위해 각 당 대선 후보의 조기 선출을 관련법에 명문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영수(법학) 고려대 교수는 “근거가 희박한 의혹 제기는 결국 득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유권자들이 보여 주면 앞으로 의혹 제기가 줄어들지 않겠느냐”며 “결국 정치 발전은 유권자의 선택에 달렸다”고 진단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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