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올해 선거 관련 대형 사건 수사 과정에선 이처럼 치밀한 물증 중심의 수사가 눈에 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부의 한 검사는 6일 “진술에 의존해 혐의를 입증하려는 수사에서 확실한 물증 중심의 수사로 수사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검찰은 BBK 사건의 수사 초기인 2000∼2001년 옵셔널벤처스코리아에서 김 씨의 부하직원으로 근무했던 이모 전 과장의 소재를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그가 김 씨가 사용한 문서의 위조를 도맡아 했기 때문.
다른 형사사건으로 수감 중이던 이 전 과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검찰은 이 전 과장이 김 씨는 물론 다른 직원들이 사용했던 파일을 전부 개인 노트북에 저장하고 있었던 사실을 알게 됐다.
검찰이 지워진 파일을 복구해 찾아낸 5900개 중 BBK와 관련된 문건은 1800여 개. 이 문건은 여러 파일을 짜깁기한 ‘위조용 문건’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예를 들어 미국의 어떤 주 정부 문서는 1개 파일이 아니라 서명란, 주정부마크란, 본문란 등이 5∼10개의 각각 다른 그림과 문서파일들이 ‘모자이크’처럼 합쳐진 형태였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위조 서류를 정말이라고 믿으면 그럴 것 같은 의혹이 생긴다. 그러나 수사 결과 김 씨는 ‘위조백화점’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올해 8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유찬 씨와 지만원 씨에 대한 수사도 철저한 물증을 확보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검찰이 “이 후보가 위증을 교사했다”는 김유찬 씨의 주장에 대한 사실 여부를 밝히기 위해서는 김 씨의 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러나 검찰은 김 씨의 내면을 ‘물증’을 통해 파악했다. 김 씨의 저서 초판 ‘충성과 배반’(1997)에서부터 완성판인 ‘이명박 리포트’(2007)까지 변화 과정을 추적한 것. 김 씨는 초판과 완성판 사이에 수시로 내용을 바꾼 가제본 책을 만들었으며 이를 지인들에게만 나눠 줬다.
검찰이 이 가제본 책을 입수해 내용을 파악한 결과 이 책들에서 쓰인 과거 이 후보에 대한 그의 생각과 최근의 그의 생각을 비교해 ‘위증교사’가 없었음을 확인하고 김 씨를 구속했다.
지만원 씨가 “이 후보는 일본인, 이상득 국회부의장과는 배다른 형제”라고 한 주장에 대해서도 검찰은 이 부의장과 이 후보의 입 안 상피세포를 채취해 유전자 감식을 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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