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세 도중 괴한이 던진 계란을 맞은 데 이어 대선전 막판 1위 대선후보를 겨냥한 테러가 있을 것이라는 루머가 꾸준히 나돌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이 터지자 초비상 경호 태세에 돌입한 것.
이명박 후보는 7일 저녁 충북 청주에서 가지기로 한 거리 유세도 전격 취소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오늘 저녁 옥외 야간유세 취소는 후보 경호팀의 강력한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선을 코 앞에 둔 시점으로, 대통령 후보들의 신변 안전과 대통령 후보들의 유세장에 모인 군중의 안전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라면서 "총기탈취 사건의 전모가 조속히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당 선대위 핵심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총기탈취 사건의 범인이 잡히지 않는 한 앞으로 이 후보의 거리유세 참석은 최대한 자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 경호에는 기존 경찰 경호팀 외에 경찰청 대테러 특수부대인 SWAT의 2개팀이 급거 투입됐으며, 행사장은 물론 이동 중에도 경찰 특공대가 주변경계와 검문·검색을 강화하기로 했다.
권총과 전자충격기, 방탄가방 등 기본적인 장비를 갖추고 있는 기존 경호팀과는 달리 SWAT은 기관단총 등으로 중무장하고 있으며, 이 후보가 야외에 노출돼 있을 때에는 인근 건물에 망원렌즈를 장착한 소총을 지닌 저격수를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측은 행사가 열리는 지역의 관할경찰서에도 협조 요청을 해 행사장 주위를 정리하도록 하는 등 가용장비와 인원을 총동원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호팀 관계자는 "오늘부터 이 후보의 주위에는 50여 명의 경호가 따라붙으며 테러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라며 "가능하면 이 후보에게 방탄조끼를 입도록 하는 등 스스로도 자기방어를 하도록 권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이 후보의 충청 방문에서는 한층 경호가 강화된 모습이 목격됐다.
대전지방경찰청 경찰특공대 소속 경찰관들은 폭발물 탐지견까지 대동, 이 후보가 참석할 선대위 회의에 앞서 기자와 당직자들을 내보내고 회의장인 대전시당을 샅샅이 수색했고, 이 후보와 충청지역 택시 및 버스업체 관계자들의 간담회가 열린 부사동의 한 음식점과 대전시당 주변 건물 옥상에는 빨간 모자를 쓴 경찰청 대테러 특수부대 SWAT 저격수와 관측요원들이 배치됐다.
SWAT 요원들은 모두 20명으로 저격수, 관측 요원, 후보 인근 전술팀 등으로 나눠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경호원들도 방탄복을 입고 실탄이 장전된 권총과 전기 충격총으로 무장했으며, 다른 날보다 한층 긴장된 표정을 보였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이른바 'BBK 의혹'이 검찰 수사결과 발표로 일단락되면서 여론지지율 1위를 굳혀가고 있는 상황이어서 테러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면서 "올해 대선의 마지막 변수가 테러라는 인식하에 선거일까지 경호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수위는 낮지만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무소속 이회창 후보 등 다른 후보들도 총기탈취 사건으로 경호태세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정 후보측은 사건 발생 후 홍은동 자택 주변의 경호를 보강했다. 평소에는 주민들의 불편과 위화감 등을 감안해 경찰이 간헐적으로 순찰을 하는 정도였으나 사건 직후 경찰 1개 소대가 자택 인근에 고정 배치됐으며, 경찰 순찰 간격도 촘촘해 진 것으로 전해졌다.
정 후보측은 유권자를 직접 대면하는 '안아주세요' 캠페인 과정에서 그간 예측치 못한 지지자들에 의한 돌발 상황도 자주 발생했다는 점에서 경호 강화책 마련에 부심했다.
캠프 관계자는 "정 후보가 시민들에게 불편을 줘서는 안된다고 해서 지금까지는 주로 '그림자 경호'에 주력했으나 앞으로는 밀착 경호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출마 선언 이후 잇단 테러 위협을 받았던 이회창 후보측도 비상태세를 갖췄다.
6일 밤 TV토론 이후 충남 아산으로 이동하던 중 테러의 타깃이 될 것을 우려해 경찰 인도차량의 경광등을 켜지 말도록 했으며, 충청·호남 방문에 나선 7일에는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야외 유세장 주변을 밀착 감시하도록 했다.
이 후보의 이날 오전 현충사 방문 때는 기동타격대 20명이 인근 야산의 거점을 확보하고 만일의 저격 사태를 대비했고, 2명 1개조로 섰던 숙소 불침번도 전날부터 3개조 6명으로 늘렸다.
경호팀 관계자는 "이 후보에게 방탄조끼 착용을 건의했다"면서 "탈취범이 충청권으로 왔다는 얘기가 들려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후보측은 일단 이번 사건으로 유세 일정에는 큰 변화를 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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