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헌납은 어머니와의 약속”

  • 입력 2007년 12월 8일 03시 01분


이명박 후보, 공익재단 설립-직접기부 등 검토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가 7일 전 재산의 사회 헌납 계획을 밝힌 것은 거액의 재산형성 과정을 두고 논란이 돼 온 도덕성 문제를 잠재우는 동시에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몸소 실천하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다목적 포석이다.

이 후보는 이날 선거방송 연설에서 “오랜 기업인 생활을 끝내고 공인으로 나섰던 10여 년 전부터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고 작정했다”며 재산의 사회 환원 방침이 즉흥적이거나 표를 의식한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는 “재산 환원은 가난한 살림에 고생하면서도 아들을 바르게 키워 주신 어머니와의 약속이자 국민 여러분과의 약속”이라며 “진작 하려고 했으나 그간 (BBK) 의혹을 갖고 공방이 심했고 검찰 조사가 진행돼 보류해 왔는데 이제 홀가분한 마음으로 밝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후보의 재산 환원 문제는 올해 초 경선캠프 내부에서 참모들의 아이디어로 먼저 제기됐다. 그러나 당시 이 후보는 “지금 재산 환원 문제를 언급하면 마치 선거를 위해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의 BBK 수사 결과 발표로 재산 문제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고 대선 후보 지지율도 계속 선두를 질주하자 이제는 재산 환원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가 재산을 사회에 헌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국회의원 시절이던 1995년 발간한 자서전 ‘신화는 없다’에서 재산 형성 과정을 소개한 뒤 “아내와 나는 우리의 재산을 아이들에게 물려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 아이들은 우리를 원망할지도 모르지만 성인이 되면 그 뜻을 알게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7월 경선 중 열린 검증청문회에서도 “제 작은 성취가 저만의 것은 아니며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산 헌납의 방법과 절차는 결정된 게 없다. 일부에선 이 후보가 어린 시절 지독한 가난을 겪었고 고학을 경험했기 때문에 공익재단을 만들어 불우한 청소년의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하는 방식이 유력하다고 예상한다.

그러나 한 측근은 “필요한 곳으로 판단되면 직접 일정액이나 재산을 기부해 기부문화 조성에 기여할 수도 있고 퇴임 후 봉사활동을 하며 각종 방식을 통해 순차적으로 환원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의 재산 환원 결정에 대해 대통합민주신당 최재천 대변인은 “‘유전무죄’의 결정판으로 ‘돈이면 다 된다’는 특권층의 천박한 사고가 이제 대통령직을 사는 데까지 이른 것”이라고 혹평했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이혜연 대변인도 “뒷거래의 달인이 국민을 상대로 최후의 뒷거래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도대체 신당이 할 줄 아는 것은 네거티브밖에 없느냐. 좋은 뜻이 있다면 동참하는 것이 옳은 태도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편 이 후보의 재산 헌납이 공직선거법상 금지된 ‘기부행위 의사표시’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으나 선관위는 “수혜자를 구체화 특정화하지 않고 일반적으로 국가나 사회에 재산을 헌납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은 기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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