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이 10일 BBK 사건을 수사한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최재경 특수1부장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하자 검찰은 즉각 탄핵 사유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수사 결과에 대해 정치권 등이 반발할 때마다 침묵으로 일관했던 검찰이 이례적으로 정면 반박하고 나선 것은 아무리 대선이 코 앞에 있다 해도 범죄 피의자의 주장을 너무 정략적으로 이용, 검찰에 대한 신뢰도가 땅에 떨어질 경우 앞으로 다른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절박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 "해도 너무 하는 것 아니냐" = 검찰은 김 씨의 인권보호에 만전을 기했으며 불편부당하고 엄정공평하게 수사해 법과 원칙에 따라 결론을 냈고, 헌법과 법률을 어긴 적이 없다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이 김 씨를 몇 시간 면회한 뒤 그의 주장에만 기대, 검찰조직을 흔들고 대선에 정략적으로 악용하고 있으며 탄핵소추안은 그 도를 넘었다고 검찰은 판단한 듯하다.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는 몇 차례 있었지만 수사 검사를 직접 탄핵소추하겠다고 나선 것은 처음이다.
김 차장검사는 "검사의 직무행위인 소추권 행사를 문제삼아 탄핵을 발의한다면 정치권 관련 수사는 번번이 지장을 받을 것이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사의 공소제기가 잘못됐다면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릴 것이고 불기소 처분이 잘못됐다면 고검이나 대검이 재기수사 명령이 내릴 것이고 나아가 헌재에서 불기소 취소 처분을 내릴 것이다. 그런 불복 절차를 밟지 않고 공소제기나 불기소 처분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탄핵을 발의하는 것은 탄핵 제도의 취지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의 기소 여부를 놓고 검사를 탄핵하는 것은 외국에서는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고, 독일·일본·미국·프랑스 등 서구 선진국도 검사를 탄핵 대상으로 규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성진 법무부 장관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수사는 법률적 판단이고 사실 관계에 입각해야 한다. 도덕적이거나 윤리적인 문제 등은 국민이 판단할 몫인데 안타깝다"라고 토로했다.
정 장관은 이어 "곧 재판이 진행될 것이고, 항고나 재항고하는 방안도 있다. '정치검찰' 운운하며 신뢰를 손상시켜서는 안된다. 검사들이 밤을 새고 휴일을 반납하며 수사한 결과를 믿지 않고 몇 백 억을 횡령한 사람의 말에만 의존하는 건 공정치 못하다"라고 정치권을 꼬집었다.
◇ "수사 결과에도 한점 부끄럼 없다" = 이 후보가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BBK는 자기가 세운 회사라고 밝혔음에도 기자 등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신당이 지적한데 대해 검찰은 "이 후보가 BBK 소유자이고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에 관여했는지가 수사 핵심인데, 5900여개 파일을 복원해 확인하고 계좌 추적을 통해 BBK가 100% 김 씨 소유로 드러난 이상 그 이상의 사실 확인은 필요가 없었다"고 일축했다.
당시 동아일보에 보도된 이 후보 인터뷰 기사에는 중앙일보와 달리 BBK 지분을 김 씨가 100% 가진 회사로 돼 있고 2001년 5월 이장춘 전 싱가포르 대사가 이 후보에게 받은 'BBK 대표이사 명함'도 검찰이 진실 규명 기관이 아닌 마당에 이런 부분의 진위까지 확인해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또 이 후보가 e뱅크코리아와 MAF의 홍보 브로슈어를 만들어 자신을 'e뱅크코리아 회장'으로 표기했다는 점에는 "2000년 10월 EBK가 금감원 예비허가를 받자 증권회사 영업을 준비하면서 브로슈어와 명함 등을 제작하고 객장을 마련하는 등 본허가에 대비했으나 금감원의 BBK 취소로 증권회사 설립이 무산돼 브로슈어, 명함 등을 사용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최 부장검사도 "명함과 브로슈어는 제휴업체로 BBK, LKE, EBK를 써넣은 것으로 판단된다. 명함이나 브로슈어에 넣었다고 해서 소유권이나 주식이 오가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하나은행 투자품의서에 LKE가 BBK 주식을 100% 소유한 지주회사란 사실이 적시돼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김 씨의 허위 설명을 토대로 했고, 하나은행이 5억 원을 출자한 것은 대주주인 이 후보가 원금 상환을 보장하는 풋옵션을 체결하는 조건을 걸었기 때문이라고 수사 결과 때 발표했다"고 못박았다.
심텍이 50억 원을 투자했다 일부를 돌려받지 못하자 이 후보 등을 고소했고 이 후보의 부동산 가압류를 신청해 법원서 인용됐는데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점과 관련해서는 고소는 무혐의 처리됐고 가압류는 신청인 주장과 소명자료만 있으면 받아들여지는 것이어서 가압류가 인용됐다고 이 후보 재산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가 LKE 대표이사직 등을 내놓고 김 씨와 결별한 2001년 4월 이후에도 김백준 씨가 LKE 및 BBK의 부회장을 맡아 급여를 받았다는 탄핵 사유에 대해 검찰은 같은 해 6월 김백준 씨가 청산관리인으로 선임됐기 때문이며 2001년 8월 청산 작업이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신당 박영선 의원이 과거 기자 시절 BBK캐피털파트너스란 명패가 붙은 사무실에서 이 후보를 인터뷰했고 이 후보가 김 씨를 "아비트리지 거래의 귀재로 극찬했다"는 부분도 BBK가 입주한 빌딩의 같은 층에 LKE 사무실도 있었지만 공간이 분리돼 있었고 임대차 계약도 따로 했으며 임금도 별도 지급한 게 확인됐다고 검찰은 덧붙였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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