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니 이름 같은 사업가… 정치권 “신중했어야”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의 최측근인 박영선 의원이 10일 “BBK 투자자 중 고(故) 박주천 전 의원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 조사결과 동명이인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정 후보 측이 BBK 사건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데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본보 11일자 A6면 참조
대통합민주신당 내에서조차 “충분치 않은 근거를 갖고 의혹을 제기한다면 견강부회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 의원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최근 당 소속 의원들과 구치소에서 만난 김경준 씨가 BBK 투자자 명단의 ‘박주천’이 박주천 전 의원이라고 밝힌 대목을 거론하며 “금융감독원은 (박 전 의원이 아니라고) 부인하면서 누구인지는 알려 주지 않았고 법무부는 확인해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도 “당시 박 전 의원은 금감원을 관할하는 국회 정무위원장이었다. BBK 사건은 정무위원장, 금감원, 이명박 후보가 삼각고리로 엮인 것이다”라며 “금감원을 감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일부 중진 의원은 “박 전 의원이 맞는 것 같다. 박 전 의원이 빚이 많았다”며 박 의원의 주장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나 검찰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날 박 의원이 박주천 전 의원이라고 주장한 BBK 투자자는 연 매출액이 174억 원에 이르는 전자업체 대표였다. 이와 함께 지난달 초 국회 정무위의 금감원 국감에서 대통합민주신당 서혜석 의원이 역시 ‘BBK 투자자’로 거론했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막내딸인 고(故) 이윤형 씨와 이명숙 한나라당 기독총회 부회장도 모두 동명이인으로 결론 났다.
대통합민주신당 관계자는 “당이 너무 BBK 사건 수사결과에 매달리다 보니 이런 무리수가 나오는 것 같다. 현 정부의 총리 출신이 둘, 법무부 장관 출신이 둘씩이나 있는 정당답지 못했다”고 겸연쩍어 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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