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7]“장막 뒤에 숨어 검찰비난 비겁하다”

  • 입력 2007년 12월 12일 03시 01분


‘전직 중수부장이 鄭후보에 보낸 편지’ 검찰 격앙

“정치권에 대고 수사 문제있다 주장… 순수성 의심”

“비겁하게 장막 뒤에 숨지 말라. 실명을 공개하고 떳떳하게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라.”

전직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지낸 A 씨가 ‘BBK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를 비판하며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에게 보냈다는 편지가 최근 공개되자 재경 지검의 한 중견 검사는 11일 이같이 말했다.

전직 검찰 간부가 검찰의 ‘명예’가 걸린 수사 결과 발표에 힘을 실어 주지는 못할망정 뒤에서 험담을 할 수 있느냐는 얘기였다. 검찰 내에선 “차라리 실명으로 공개 토론회를 하자”는 격앙된 분위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한 검찰 간부는 “순수한 의도로 후배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했다면 왜 굳이 편지를 정치권에 보냈는지 상식 수준에서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도 “수사팀을 이끈 최재경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에 대한 검찰 안팎의 신뢰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검찰을 부정하는 정파와 한목소리를 내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A 씨가 특별수사의 상징인 대검 중수부장이라는 직함을 앞세운 것도 정치적 노림수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A 씨가 편지를 쓴 정치적 의도에 주목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특수통인 전직 검찰 간부는 “A 씨는 정 후보와 지연이나 학연 등으로 얽힌 인물인 것 같다”며 “편지 내용이 대통합민주신당의 검찰 비판과 상통하고 있어 당초 본인 판단만으로 편지를 썼는지도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통합민주신당 관계자는 “당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전직 검찰 인사인데도 ‘검찰 수사 결과를 보고 치욕스러워서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며 정 후보에게 편지를 전해 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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