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이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 씨를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자 법조계에선 “입법부의 권한 남용이자 ‘풍문(風聞)탄핵’”이라는 거센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입법부의 권한 남용”=법률이 정한 공무원에 대해 탄핵소추를 발의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에 보장된 국회의 권한이지만 법률에 정해진 불복 절차를 거치지 않고 탄핵에 나서는 것은 입법권의 남용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11일 “내부적으로 여러 의견이 오갔지만 논쟁할 가치조차 없는 탄핵안이라서 김홍일 3차장만 의견을 발표했다”며 “국회가 권능을 행사하는 것을 두고 평검사까지 움직이면 (정치권과) 같은 꼴이 될 것 같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법원의 한 판사는 “법률이 정한 공무원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의 권한이지만 아무런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탄핵하는 것은 입법권의 남용”이라며 “조선시대 소문만 가지고 탄핵하는 ‘풍문 탄핵제’와 비슷하다”고 비판했다.
부장검사 출신인 황병돈 홍익대 법대 교수는 “항고, 재항고 등 검찰 처분에 대한 불복 절차가 있는데도 탄핵안부터 발의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실제로 탄핵소추가 된다면 세계 법학자들에게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탄핵 사유조차 아니다”=검사의 법 위반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거나 입법 취지에 어긋나는 탄핵소추는 원천적으로 탄핵소추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권용립 경성대 정치학과 교수는 “탄핵제도의 입법 취지는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것”이라며 “당파적 이익을 위한 게 아니라 국민의 권리를 위한 탄핵이 돼야 정당성이 있다”고 대통합민주신당을 비판했다.
성낙인 서울대 법대 교수는 “검사에 대한 탄핵은 검사가 법을 위반했을 경우에 한해 할 수 있다”면서 “탄핵소추 사유에는 ‘어떤 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드러나야 하는데 이번 사안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성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에 기자들과 만나 “이 문제는 검찰 기소 등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며 법적 절차를 따라야 한다”며 “재판 과정에서 김경준 씨의 새로운 주장이 나오면 그때 생각해 보겠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와 관련해서도 재판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나오면 그에 맞게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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