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통 큰 교육 공약

  • 입력 2007년 12월 13일 02시 59분


“사교육비를 반으로 줄이겠다”(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교사를 10만 명 늘리겠다”(이회창 무소속 후보) “교사 수를 두 배로 확대하겠다”(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대선 후보들이 교육정책과 관련해 내놓은 화끈한 공약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대중 연설에선 단순한 논리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설파했다. 그러나 ‘2분의 1’ ‘두 배’와 같은 ‘알기 쉬운 약속’에 얼마나 진정성이 담겨 있는지는 회의적이다.

▷교사 한 명을 신규 채용하면 연간 3500만 원이 든다. 임용 첫해에 소요되는 예산만 그렇다. 교사 10만 명이면 1년 추가예산이 3조5000억 원이다. 36만 명 전체 교원을 두 배로 늘리려면 연간 12조6000억 원이 필요하다. 올해 교육예산은 32조 원, 내년은 35조 원(정부안)이다. 국민이 세금을 더 내놓지 않는 한 감당할 수 없다. 저(低)출산 여파로 2012년이 되면 초등학생 수는 지금보다 30%가 줄어든다. 교원 과잉 우려 때문에 오히려 신규 채용을 줄여야 할 판이다.

▷그제 TV 토론에서 문 후보가 교육예산을 연간 70조 원으로 늘리겠다고 하자 이회창 후보는 80조 원을 불렀다. 역시 ‘두 배’식 단순 어법이다. 교육예산을 두 배로 늘리면 그만큼 다른 부문의 지출을 포기해야 한다. 사교육비를 반으로 줄이겠다는 공약도 실현 가능성에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몸놀림 둔한 학교교육이 지식정보 시대의 교육 수요를 신속하게 따라잡지 못해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보편적인 현상이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입시를 없애겠다고 말하면서도 세계적 대학 15개를 육성하겠다고 공약했다. 입시를 없애면 대학은 자동으로 평준화되고, 경쟁 없는 체제에서 세계적 대학은 나오지 않는다. 소련의 흐루쇼프는 “정치가는 강이 없는데도 다리를 놔주겠다고 약속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단순 어법의 연설은 ‘무지한 사람’에게 더 잘 먹힌다고 지적했다. 유권자가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화려한 단순 어법에 홀릴 수 있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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