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섭 ‘昌측 금품수수설’ 배후 의혹… 2003년 3월 출국
수사를 받던 비리 공직자가 외국으로 도피해 권력기관의 비호 의혹이 제기되는 일은 정권 교체기 때마다 되풀이돼 왔다.
2002년에도 대형 사건에 연루된 권력층 인사들이 수사를 피해 출국해 문제가 됐다. 특히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다 미국으로 도피했던 최성규 전 총경은 도피 과정에서 당시 경찰 고위 간부의 조직적 비호 의혹까지 제기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이었던 최 전 총경은 2002년 3월 말 미래도시환경대표 최규선 씨에게서 체육복표사업 비리 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1억2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의혹이 제기되자 4월 중순 홍콩으로 전격 출국해 미국으로 도주했다.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홍걸 씨는 최 씨의 비리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이에 따라 청와대 하명 수사를 하며 권력 실세들의 친인척 비리 정보를 많이 알고 있던 최 전 총경의 출국에는 홍걸 씨의 비리가 드러날 것을 우려한 권력 실세들이 개입됐다는 말이 무성했다.
출국 직전 최 전 총경이 당시 경찰청 수사국장과 통화를 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경찰이 그의 출국을 도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검찰 역시 최규선 게이트와 관련해 20여 명을 출국금지 조치하면서도 최 전 총경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2002년 당시 대선 판을 흔든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 측근의 금품수수 의혹 제기 사건의 배후로 지목됐던 김현섭 전 대통령민정비서관의 출국에도 비호설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비서관은 2003년 초 당시 의혹을 제기한 새천년민주당 소속 설훈 의원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그해 3월 유유히 미국으로 도주했다.
검찰 수사 결과 김 전 비서관이 도주한 지 3개월 뒤 그가 설 의원에게 금품수수 의혹 정보를 제공했다는 혐의가 사실로 확인됐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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