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차명진의원 내동댕이… 응급실 실려가
결국 신당이 점거… 직권상정땐 또 충돌 불가피
국회 본회의장에서 활극을 방불케 하는 폭력사태가 벌어졌다.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이 14일 ‘BBK 수사 검사 탄핵소추안’과 ‘이명박 특검법’ 처리를 놓고 대치하는 과정에서 폭력과 욕설이 난무했다.
13일 오후부터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있던 한나라당은 이날 의원 100여 명이 본회의장 출입문을 안에서 잠갔지만, 오후 5시 20분경 신당 의원 100여 명이 본회의장으로 들이닥쳐 45분 만에 의장석을 빼앗았다.
이 과정에서 신당 강기정 정봉주 의원 등이 폭력을 휘둘렀고 한나라당 차명진 김영숙 의원 등이 다치는 등 아수라장이 됐다.
하지만 임채정 의장은 양당 원내대표에게 “17일 정오까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특검법을 심의하라”고 해 특검법은 처리되지 못했다.
○ 양당 의원들 본회의장에서 격투 벌여
이날 오후 5시 20분경 국회 소속 경위들이 임 의장의 지시로 한나라당이 출입문 안쪽 고리를 감은 쇠줄 등을 전기톱으로 잘랐다. 본회의장 출입문이 열리자 신당 의원들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점거 중인 의장석 주변으로 달려갔다.
신당 선병렬 의원은 단상 쪽으로 달려가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의 목을 졸랐고, 정봉주 의원은 의장석으로 뛰어오르려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저지로 밀려났다. 한 신당 소속 의원은 박계동 의원의 뺨을 때려 박 의원이 단상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박 의원은 그 의원을 잡기 위해 달려갔지만 신당 의원들에 막혀 ‘보복’에 실패했다.
신당 의원들은 “야 이 ××, 내려와”라며 고성을 질렀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민에게 잘못했다고 빌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양측은 서로 몸을 잡아당기고 밀치는 등 의장석을 차지하기 위해 몸싸움을 벌였다. 서갑원 의원은 몸싸움 도중 심재철 의원에게 눈을 찔리기도 했다.
5시 50분쯤 강기정 의원이 전화기로 단상 오른쪽을 방어하던 최구식 의원과 김영숙 의원을 수차례 때리고 정봉주 의원이 한나라당 의원들 위로 뛰어올라가면서 방어선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정봉주 의원은 의장석을 지키고 있던 심재철 의원을 끌어내리려다 다리가 불편한 심 의원이 갖고 있던 지팡이에 밀리기도 했다. 심 의원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정 의원은 심 의원을 끌어냈고 이어 의장석을 지키는 나경원 대변인까지 끌어냈다.
결국 신당은 본회의장 진입 45분 만에 의장석을 점거했다. 때마침 임 의장이 양당 원내대표에게 “법사위에서 17일까지 특검법에 대해 논의해 오라”고 한 소식을 안상수 원내대표가 전하면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의장석에서 물러났다.
단상을 지키던 차명진 의원은 신당 의원들에 의해 내동댕이쳐지면서 허리를 다쳐 인근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그러나 신당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의장석 점거 직후 브리핑에서 “차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이 밀치는 바람에 넘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한나라당 안홍준 의원은 정봉주 의원이 손가락을 물어 부상했으며, 주성영 의원도 가슴을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다. 강기정 의원도 목 등에 타박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았다.
이에 앞서 안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 100여 명은 이날 오전 출입문을 쇠줄로 걸어 잠근 채 본회의장을 점거했다. 문 앞에 집기까지 쌓아 올려 신당 의원들의 출입을 봉쇄했다.
김효석 원내대표 등 신당 의원 100여 명은 본회의를 열기로 한 오후 2시부터 본회의장 진입을 시도하며 정문 앞에서 연좌 농성을 벌였다. 그 옆에서는 한나라당 보좌진들이 ‘잘 가세요, 잘 있어요∼’라고 노래를 부르며 야유했다.
○ 양당, 탄핵안 처리 놓고 계속 대치
신당은 처리 시한인 15일 오후 2시 이전에 반드시 검사 탄핵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탄핵안은 재적의원(298석)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통과되지만 민주노동당(9석), 민주당(7석), 국민중심당(정진석 의원 탈당으로 4석)이 모두 반대하고 있어 신당(141석)만으로는 처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신당 의원들은 다른 당의 협조가 없어 탄핵안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신당은 한나라당이 특검법 처리를 막기 위해 본회의장을 다시 점거하는 것에 대비해 이날 저녁부터 17일까지 조를 짜 본회의장을 점거하기로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의장석을 빼앗긴 뒤 안 원내대표 주재로 전략회의를 한 뒤 오후 9시경 의원총회를 열었다. 안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직후 통화에서 “탄핵안 처리에 대비해 한나라당 의원 80여 명이 내일(15일)까지 본회의장을 지킬 것”이라며 “모든 수단을 통해 결사적으로 특검법 처리도 막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또 “임 의장이 직권상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법사위 논의를 요구했기 때문에 내일 의장 사퇴 권고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신당과 특검법 처리에 합의한 민주노동당은 이날 오후까지 국회에서 대기하며 직권상정을 기다렸지만 특검법이 법사위로 넘어가게 되자 해산했다. 임 의장은 17일 정오까지 법사위에서 특검법에 대한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직권상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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