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14일 유세-연설 ‘경제’ 22회 사용… 글로벌 리더 부각
정동영 “깨끗한-신뢰-평화”
‘경제’ ‘이명박’ 110회 써… BBK 발표이후 긍정적 표현 늘어
이회창 “보수-무늬-이순신”
‘보수’ 29회 언급… 이명박 비판하며 정동영도 자주 거론
《‘말은 생각(의식)을 담는 그릇’이라는 표현이 정치만큼 잘 들어맞는 분야도 드물다. 정치는 곧 말이다. 종점을 향해 내달리고 있는 대선 후보들이 연설과 유세에서 쏟아내는 말은 그들의 정치 철학이자 공약이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생각을 최근 그들이 즐겨 쓰는 표현과 용어를 통해 분석해 봤다.》
▽이명박, ‘경제’ ‘기업’ ‘반드시 해내야 한다’=이명박 후보는 자신의 ‘경제 대통령론’에 걸맞게 ‘경제’ ‘기업’이라는 표현을 반복해 사용했다. 이 후보의 14일(TV 연설, 대우증권 연설) 13일(김해 부산 대구 유세)의 연설과 유세를 분석한 결과, ‘경제’라는 단어가 가장 자주(22회) 등장했다. “지방 경제가 살아나지 않고는 대한민국 경제가 살아날 수 없다” “반드시 경제를 살리고 서민을 살리겠다”는 식이다.
‘기업’(16회) ‘회사’(10회)도 자주 사용한다. 14일 TV 연설에서 “이 정권은 기업이 투자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라며 ‘기업’을 5번 말했다. 13일 경남 김해 동상재래시장 유세에서는 ‘기업’ ‘회사’를 16번 사용했다. “종업원이 불과 90명 되는 회사에 들어가서 회사를 나올 때는 (종업원이) 16만8000명이 됐다”는 식이다.
“무엇을 하겠다”는 표현보다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식의 말을 즐겨 쓰는 것도 특징. 이 기간 10차례 유사한 표현을 사용했다. 14일 방송 연설에서도 “핵심 프로젝트를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영남권 프로젝트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절대적 지지’(7회)를 보내 달라는 말도 자주 한다. 13일 대구 서문시장 유세에서는 ‘절대적인 지지’를 3차례 강조했다.
이 밖에 민간 기업 경험을 강조하며 자주 사용하는 표현 중 하나가 ‘세계 곳곳을 다녔다’는 것. 13일 김해 유세에서는 “아프리카 남미 유럽 미국 등 가 보지 않은 나라가 없다”며 자신이 ‘글로벌 리더’임을 부각하려 했다.
▽정동영, “나도 경제 리더” 주장하며 이명박 후보 집중 공격=정 후보의 10일 춘천 유세와 대한노인회 초청강연, 13일 목포 및 광주 유세, 14일 제주 유세 연설문을 분석해 보니 ‘경제’라는 단어가 77회로 가장 많았다.
경제 대통령을 주장하는 이명박 후보를 상대로 정 후보만의 경제 비전과 공약, 이 후보와의 차별성을 드러내는 데 연설의 상당 부분을 할애한 것. 제주 유세에서는 “‘섬 경제’를 탈출해서 대륙으로 젊은이의 일자리를 만들고, 돈을 벌 경제 영토를 확장하는 시대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많이 쓰인 단어는 ‘이명박’으로 33회였다. 이 후보를 공격하는 발언이 잦아지면서 자연히 ‘이명박’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 것으로, ‘서민 중산층 가슴에 박탈감 안겨준 장본인이 이명박’, ‘부동산 대란 불러온 주범이 이명박’ 등 부정적인 표현과 함께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검찰이 BBK사건에 대해 이 후보가 무혐의라고 발표한 뒤 정 후보는 검찰이 짜맞추기 수사를 했다고 주장하며 지속적으로 이 후보의 도덕성을 공략했고 이는 연설에도 반영됐다. 표현은 부정적인 단어보다는 긍정적인 단어를 사용했다.
‘이 후보가 부패하다’고 말하기보다는 ‘정동영은 깨끗하다’는 식이었다. 깨끗한, 깨끗이 같은 형용사가 24번 사용된 반면 ‘부패’라는 단어는 14번밖에 쓰이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거짓’(14회)이라는 말보다는 ‘신뢰’(22회)라는 말을 더 많이 썼다. 이 후보의 약점을 공격은 하지만 정 후보 자신의 꿈과 이상을 강조하는 방식을 사용한 것.
한반도 평화시대를 주도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정 후보답게 ‘평화’라는 단어도 21번 사용됐다.
▽이회창, “내가 진정한 보수”=이회창 후보의 13일과 14일 경남 통영, 마산시, 충남 천안시, 대전, 경북 안동시의 유세 연설문을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보수’(29회), ‘이명박’(24회) ‘정권교체’(23회), ‘경제’(19회) 등의 순이었다.
이명박 후보를 비판하는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이명박 후보를 ‘무늬만 보수’로 몰고, 다른 하나는 ‘경제 대통령’의 허구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 후보는 최근 5회 유세에서 ‘무늬’라는 단어를 14회이나 사용했다. 이명박 후보를 ‘무늬만 보수’ ‘무늬만 야당’ ‘무늬만 경제’ 등으로 규정하고 본인이 정통 보수로 정권교체의 주인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명박 후보의 ‘경제 대통령론’을 반박하는 것도 단골 메뉴다. 이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빗대 “회사 사장이 경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산업화를 일으킨 박 전 대통령은 군인 출신이다”고 외치고 있다.
‘정동영’ 후보의 이름은 15번 언급했다. “이회창을 찍으면 정동영이 된다는 소문은 잘못된 것”이라며 이회창 사표(死票)론을 반박하거나 “이명박은 정동영 같은 좌파”라고 이명박 후보를 비판하는 데 주로 활용했다.
또 이 후보는 충무공 이순신을 거의 모든 연설에서 거론하며 자신과 비교하고 있다. 이 후보는 최근 5번의 유세에서 ‘이순신’을 13번 언급했다.
출마 초기에는 대선 완주의 강한 의지를 이순신 장군의 신념에 비유했지만 기호를 받고 난 이후에는 ‘상유십이 순신불사(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고 신은 죽지 않았습니다)’의 12척의 배와 본인의 기호인 12번을 비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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