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BBK 발언 동영상' 대선 정국에 파장

  • 입력 2007년 12월 16일 18시 16분


대통합민주신당이 16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BBK를 설립했다"고 언급한 내용이 담긴 2000년 광운대 특강 동영상 CD를 공개하면서 투표일을 사흘 앞둔 막판 대선정국에 파장이 일고 있다.

신당 정동영, 무소속 이회창 후보, 창조한국당 문국현, 민주노동당 권영길,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일제히 이명박 후보의 즉각 사퇴와 검찰 BBK 재수사를 촉구하면서 BBK 재점화에 적극 나선 데 반해, 이명박 후보측은 실체적 진실과 다른 폭로 공세에 불과하다며 맞섰다.

이명박 후보의 동영상 발언이 막바지 대선정국의 핫이슈로 부상하면서 17일로 예정된 국회의 '이명박 특검법안' 처리 향배와 대선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신당은 16일 오전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이해찬, 김근태, 강금실, 정대철, 신국환 공동선대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명박 후보의 당시 강연 육성이 담긴 동영상 CD를 공개했다.

신당이 공개한 동영상 CD에 따르면 이 후보는 당시 강연에서 "요즘 제가 다시 한국에 돌아와 인터넷 금융회사를 창립했다. 금년(2000년) 1월달에 BBK란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하고 이제 그 투자자문회사가 필요한 업무를 위해 사이버증권회사를 설립하기로 생각해 지금 정부에 제출해 며칠 전 예비허가가 나왔다"고 말했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검찰이 이명박 후보와 BBK 사건이 관계없다고 하는데, 이 후보가 '내가 만들었소'하면 검찰수사가 잘못된 것"이라며 "왜 우리가 탄핵을 주장하고 특검을 (추진) 했는지 국민이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찬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명박) 특검법은 대통령 취임 이전 소추할 수 있도록 조사기간을 30일로 최대한 압축할 것"이라며 "(이명박 후보가) 허위사실 유포와 선거법 등에 의해 당선 무효가 되고 공직담임권이 상실되면 결국 재선거를 해야 하는 상황을 가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동영 후보는 이날 밤 마지막 대선후보 TV토론을 앞두고 'BBK 의혹'에 대한 공세전략을 보완하기 위해 당초 예정됐던 광화문 유세를 취소했다. 그는 오전 연남동 중산층 가정 방문행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지도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며 "결국 진실은 드러나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신당은 BBK 동영상이 막판 돌발변수로 등장, 대선판도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보고 민주당, 창조한국당과의 후보단일화 재시도에 나서기로 했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오후 중구 남대문로 캠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 이명박 후보는 BBK와는 전혀 관계가 없고 문제가 있으면 당선되더라도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한 바 있지만 이제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나온 이상 선거까지 갈 필요도 없다"면서 "이명박 후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지 말고 국민을 철저히 기만한 데 대해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회창 후보는 이어 "(검찰은) 그동안의 잘못을 시인하고 지금 당장 이명박 후보를 출국금지하고 BBK 사건에 대한 전면적인 재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노당 권영길 후보는 "이명박 후보의 부정부패로 시작해 부정부패로 끝나는 참 희한한 선거가 되고 있다. 이 후보는 대통령이 돼선 안된다"고 비판했고,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미국 닉슨 전 대통령도 거짓말 때문에 대통령직에서 쫓겨났다. 이명박 후보는 사퇴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이명박 후보는 더 이상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 대국민 사기극을 멈춰야 한다"고 가세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BBK 동영상을 고리로 한 신당 등의 BBK 총공세를 '음해성 정치공세'로 규정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과 재일민단 간부대표단 면담 등 민생행보를 이어갔다.

이명박 후보는 오전 박계동 공작정치분쇄특별위원장과 정두언 선대위 총괄기획팀장, 박형준 대변인 등으로부터 신당의 동영상 CD 공개에 대한 보고를 받고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당당하게 대응하라. 법대로 처리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의도 당사에서 자신에 대한 지지선언을 한 재일민단 간부 대표단과의 간담회에서도 "정책으로 대결해야 할 시점에 부정적 요소를 갖고 상대를 비난하고 험담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음해성 선거를 치르고 있는 것이 참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후보측은 광운대 특강 발언은 당내 경선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표측이 제기했던 2000년 10월 16일 모 일간지 인터뷰 기사와 거의 일치하지만 이명박 후보가 같은 날 다른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김경준 사장이 지난해 BBK를 설립했다"고 다른 말을 하기도 했다면서 "사업을 홍보하기 위해 이런 말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명했다.

한편 BBK 수사결과를 발표했던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는 오전 기자간담회를 갖고 "동영상 내용을 검토해봤지만 수사과정에서 나왔던 각종 언론 인터뷰 등과 유사한 내용으로 수사 결과에는 하등의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또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BBK 동영상 공개에 대한 구체적 입장표명을 피한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원론적인 반응을 보였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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