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동영상' 막바지 대선정국 강타

  • 입력 2007년 12월 16일 22시 29분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지난 2000년 광운대 강연에서 "BBK를 설립했다"고 말한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막판 대선정국이 격한 소용돌이 속으로 내몰리고 있다.


영상제공 : 대통합민주신당


영상제공 : 대통합민주신당

일요일인 16일 하루, 이명박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들이 이 후보가 거짓말을 했고, 그의 무혐의를 발표한 검찰 수사가 잘못됐다며 이 후보의 `즉각 사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여기에 대선정국에서 침묵을 지켜온 노무현 대통령이 정성진 법무장관에게 국민적 의혹 해소와 검찰 신뢰 회복을 위해 BBK 사건에 대해 검찰이 재수사하도록 지휘권을 발동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사흘 남은 대선정국이 시계 제로의 안갯속으로 빨려들고 있는 셈이다.

검찰이 당장 재수사에 착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현재 'BBK 특검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고 당장 17일 가부간 표결을 앞두고 있어 표결이 이뤄질 수 있을지, 이뤄진다면 통과될지 여부가 검찰의 재수사와 맞물리면서 정국의 혼미는 극한으로 치달을 공산이 크다.

결국 대선정국은 선거 당일까지 BBK 공방으로 뜨겁게 달궈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무소속 이회창,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등은 한결같이 "그동안 BBK와 전혀 상관없다고 얘기해온 이명박 후보의 말이 거짓으로 드러났다"며 "더 이상 대선후보로서의 자격이 없다"며 사퇴를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측은 "사기꾼과 공조하다 못해 이제는 공갈협박범과 공조해 정국을 어지럽히고 있다"며 신당측이 동영상 공개 대가로 '30억원 + 알파' 밀거래설을 한 의혹이 있다며 반격에 나섰다.

특히 이 후보의 박형준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재수사 검토 지시에 대해 "정권 교체 저지를 위한 마지막 발악"이라며 "청와대마저 범죄자들을 매개로 한 반(反)이명박 동맹에 지원군으로 나섰다. 정권 연장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마각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관건은 이번 파장이 표심에 어느 정도로 영향을 미칠 것이냐다.

이 후보는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12일 각 언론사들이 실시한 마지막 조사에서 40~45%의 지지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그 뒤를 신당 정동영,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따르고 있으나 그들의 지지율은 12~20%에 그치고 있다.

때문에 이번 동영상 공개가 정국에 파장은 드리우겠지만 `이명박 대세론'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광운대 강연에서 이명박 후보가 말한 내용은 김경준과의 동업관계에 있을 당시의 얘기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검찰의 자금 추적 결과이며, 이 후보의 돈이 한푼도 BBK에 흘러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이 실체적 진실"이라고 말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한귀영 실장은 "파급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그 효과는 이명박 후보의 약한 지지층을 투표장에 가지 않도록 하거나, 정동영 후보 등 범여 지지층이 마지막 결집을 하면서 표의 격차를 줄이는 정도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간도 없고, 완전히 새로운 것도 아니다"면서 "현 구도 자체를 바꾸기에는 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이 선거 막바지에 '검찰 재수사 검토'를 지시하면서 오히려 이명박 후보 지지층을 결속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도 나온다.

강한 반노 정서로 인해 범여권 주자들이 지지율 부진 및 정체에 시달려 온 터에 노 대통령이 다시 신당측의 손을 드는 모양새를 보임으로써 유권자들의 `정권교체' 표심을 더 달궈놓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신당측이 노 대통령의 재수사 검토 지시에 대해 "청와대가 BBK 수사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고 있다가 국민적 요구와 새로운 증거가 드러나면서 재수사 검토 얘기를 했는데 뒤늦은 감이 있다"며 "특검에 의한 재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일정부분 선을 긋고 나선 것도 `동영상 역풍'을 우려해서다.

그러나 파장이 간단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신당의 박영선 의원은 "표심이 요동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면서 "그동안 미심쩍어 하면서도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던 층이 대거 돌아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TNS코리아 이상일 이사는 "어쨋든 출렁거리기는 할 것 같다"며 "그동안 주고받아온 공방보다 본인 입으로 얘기한 동영상은 정서적으로 한단계 더 임팩트를 주는 사안"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파장의 폭은 가늠하기 힘들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또한 노 대통령의 재수사 지시가 이슈를 극대화 시키면서 선거의 불가측성을 높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표심의 요동 정도를 즉각적으로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선거일까지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제 정파는 이번 파장의 충격을 최대화, 또는 최소화하기 위한 여론전과 함께 국회에 계류 중인 BBK 특검법안을 놓고 극한 대치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 `다 끝난 듯 했던' 대선정국이 마지막 격류에 휩쓸리고 있는 것만은 틀림 없어 보인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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