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특검’ 내년 2월까지… 새정부 청사진 언제 짜나

  • 입력 2007년 12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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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돈의 대선’ 심각한 후유증 예고

《하루 앞으로 다가온 17대 대선이 심각한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이명박 특검법’의 통과로 대통령 당선자가 특검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데다 정권 인계인수 과정의 국정 혼란과 ‘삼성 특검’의 후폭풍 등이 맞물려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 내 포스트 당권 투쟁이 불을 보듯 뻔한 형국이어서 대선 결과에 따라 정계개편의 불씨가 살아날 여지가 적지 않다.》

○ ‘이명박 특검법’ 태풍

한나라당은 17일 대통합민주신당 등이 통과시킨 특검법이 위헌 투성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나경원 대변인은 “대법원장이 특검을 추천해 3권분립에 어긋나고 참고인에 대한 강제수사권까지 부여하는 등 법안이 위헌이고 위법”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은 법안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반발했다.

법안 내용에 따르면 대통령의 법안 공포(15일), 특검 임명(10일), 준비기간(7일)과 본수사(30일), 1차 연장수사(10일) 등 전체 특검기간이 최장 72일에 불과하다. 만약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다면 당선자 신분으로 특검 조사를 받는 초유의 상황이 온다. 대통령 당선자에 대해서는 참고인 조사나 수사를 제한하는 어떤 규정도 없어 소환조사까지 가능하다.

대통합민주신당은 대선에서 패배하더라도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해 이명박 특검 카드를 최대한 끌고 가려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의 특검을 둘러싼 정쟁이 수사결과와는 별개로 최소한 2월 말까지는 지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 ‘이명박 특검’ 결과에 따라 정국 요동

BBK 사건 등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관련 의혹에 대한 특검의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정국은 격랑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특검 수사 결과가 검찰의 BBK 수사 결과 발표와 다르거나 이 후보 관련 의혹에 대한 추가 사실이 나올 경우 이 후보는 당선되더라도 정통성 시비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대통합민주신당 측은 이 후보가 선거 과정에서 “BBK가 내 것이거나 주가 조작에 간여했다면 당선되더라도 (대통령 사임 등) 책임을 지겠다”고 밝힌 것을 당장 문제 삼을 태세다.

반대로 특검 결과 검찰의 BBK 수사 결과 발표와 별 다를 게 없다면 대통합민주신당 등 특검을 주도한 쪽은 돌이키기 힘든 수준의 역풍을 감내해야 한다. 근거 없이 네거티브 공세를 한 데 대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노동당 민주당은 위헌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특검법’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영상취재 : 신세기 기자


영상취재 : 신세기 기자


영상취재 : 신세기 기자

○ ‘삼성 비자금 특검’ 회오리

‘이명박 특검’과 함께 지금 특검 추천 절차를 밟고 있는 ‘삼성 비자금 특검’은 늦어도 내년 1월 10일경 수사에 착수해 4월 20일쯤 수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특검은 삼성의 비자금 조성 관리 및 정·관계와 법조계 로비, 경영권 승계 문제는 물론 2002년 대선자금과 최고권력층에 대한 로비자금 의혹까지 수사한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대선잔금 유용 의혹과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 축하금’ 수수 의혹도 수사를 피할 수 없다.

삼성 특검은 수사 결과에 따라 경제적 파장은 물론 정치적 파장도 엄청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삼성의 로비자금을 받은 정·관계 인사 등이 드러날 경우 대대적인 사정 회오리가 이는 것은 물론 수사가 끝난 직후 있을 18대 총선에도 큰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만약 노 대통령의 ‘당선 축하금’ 및 이회창 후보의 대선잔금 유용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과거 정권에서의 비리에 대대적인 사정 바람이 불 수도 있다.

○ 국정 인수인계 불협화음

노 대통령이 임기가 끝날 때까지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럴 경우 대통령 당선자와 마찰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명박 후보가 당선됐을 경우 정권 인수인계는 더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 10년 만의 정권교체인데다 서로에 대한 불신마저 크기 때문. 이 후보는 12일 강원 지역 유세에서 “지난 5년간 이 정부에서 일을 많이 저질러 놨다. 정권이 바뀌어 조사해 보면 별일이 다 있을 것이다. 이것을 바로잡겠다”고 했다. 그는 또 정권을 잡으면 과거 정권의 “대북정책 전반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노 대통령은 대선을 3일 앞두고 법무부 장관에게 검찰의 BBK 재수사 지휘권 발동 검토 지시를 내린 데 이어 ‘이명박 특검법’도 곧바로 수용의 뜻을 밝혀 한나라당의 반발을 샀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당선될 경우 인수인계 과정은 이 후보 당선 때보다는 순조로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두 사람 사이에 남은 앙금이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당권 투쟁과 조기 정계개편

대선 직후 정치권은 정계개편의 소용돌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이긴 쪽은 이긴 쪽대로 진 쪽은 진 쪽대로 4월 총선을 앞두고 ‘내부 투쟁’으로 돌입하고, 대선에서 갈라졌던 정치 세력들은 이합집산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후보가 당선됐을 경우 대통합민주신당이 지금 같은 ‘단일 대오’를 유지할지 주목된다. 정동영 후보와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이해찬 전 총리,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이 책임 공방을 벌이며 전당대회를 열어 ‘당권 투쟁’에 돌입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한나라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선이라는 공동의 목표 때문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친이(친이명박)와 친박(친박근혜) 세력 다툼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 2선 후퇴 중인 이명박 후보 진영의 좌장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일선 복귀 행보도 관심사다.

내부 투쟁과 갈등은 결국 ‘자생적인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회창 후보와 한나라당 공천 탈락자들의 결합 △대통합민주신당 일부 세력의 한나라당 입당 △대통합민주신당의 해체 등이 상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들이다. 어느 시나리오가 됐든 대선 이후 정치권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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