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검찰 관계자는 “대통령 선거 관련 고소 고발 ‘러시’로 검찰이 몸살을 앓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선거에 개입했다”며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한 대통령이 대리인을 통해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등 대선과 관련한 고소, 고발이 꼬리를 물고 있어 검찰로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17대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형사 입건된 사람은 736명, 이 가운데 고소 고발된 사람은 299명이다. 2004년 총선 때 선거사범(총입건자 301명, 고소 고발 입건자 153명)의 두 배 정도다.
검찰 문턱을 오르내린 사람들은 유력 대선 후보에서부터 인터넷언론 편집장, 목사 등 다양한 직종을 망라했다.
지난달 22일 민주노동당은 2002년 대선 잔금 의혹과 관련해 횡령 혐의로 이회창 무소속 대선 후보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피고발인인 이회창 후보는 특정 술 광고 내용이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느낌을 준다며 12일 주류업체 ‘국순당’을 고소하기도 했다.
9월에는 대통합민주신당의 노무현 대통령 명의도용 사건과 관련해 정동영 후보 측이 수사 의뢰 대상이 됐다. 이명박 후보는 ‘BBK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 혐의로 신당 측에 의해 고발됐고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구성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9일 뉴라이트 전국연합 상임의장인 김진홍 목사를 집회, 신문광고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7월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비방하는 허위 기사를 게재한 혐의로 고소된 모 인터넷뉴스 편집국장이 불구속 기소됐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현직 대통령까지 선거 관련 고소 고발의 주요 당사자가 됐다. 뉴라이트 부정선거추방운동본부와 ‘민주연대21’은 9, 10월 잇달아 “노 대통령이 선거에 개입했다”며 노 대통령을 고발했다.
이에 앞서 청와대는 6월 한나라당 박형준 진수희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면서 ‘포문’을 열었다. 이어 청와대는 9월에 “국가 기관의 선거 개입” 발언을 문제 삼아 이명박 후보를 고소했다. 이 사건은 청와대가 야당 대선 후보를 고소한 사상 초유의 일로 기록됐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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