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동영상’ 공갈미수범들 치밀한 역할분담

  • 입력 2007년 12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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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촉인사 물색 → 사무실 위치 파악 → 직접 접촉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강의 동영상을 미끼로 한나라당으로부터 돈을 뜯어내려 한 공갈미수범 일당을 수사 중인 서울 마포경찰서는 17일 “공갈미수범들이 사전에 역할을 분담하고 돈을 나누는 비율을 정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곽모(54) 씨가 접촉할 만한 국회의원을 물색한 뒤 인터넷을 뒤져 사무실 위치를 파악하면 김모(54) 씨가 정치권 인사를 직접 접촉하기로 각자의 역할을 나눈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 후보 측 등에서 돈을 받아낼 경우 K미디어 대표 여모(42) 씨는 전체 금액의 50%를, 곽 씨와 김 씨는 각각 25%씩 나눠 갖기로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사회 저명인사의 강의를 동영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업체를 운영하던 여 씨가 2000년 이명박 후보의 BBK 관련 강의를 녹화한 사실을 알고 여 씨에게 범행을 제안했다.

김 씨와 여 씨는 동영상을 만들어 후보 진영으로부터 금품을 뜯어내기로 공모한 뒤 김 씨의 친구 곽 씨까지 범행에 끌어들였다.

이들은 10일 한나라당 이 후보 측 심재철 의원에게 동영상의 음성 부분을 떼어내 CD로 만들어 건넸다.

그러나 심 의원이 “검찰에서도 혐의가 없다고 한 내용이고, 별 소용이 없다”며 거래를 거부하자 12일 이회창 후보 측 김정술 변호사와 대통합민주신당 정봉주 의원을 차례로 만났고 역시 거래를 거부당했다.

이후 이들은 김 씨가 지난해 초부터 알고 지내던 이갑산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 공동대표를 만나 음성 CD를 넘겼고 이 대표는 이 후보 측 김백준 전 서울메트로 감사에게 CD를 전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14, 15일 이틀간 한나라당 관계자를 3차례에 걸쳐 만나 30억∼100억 원의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조사한 내용으로는 이들이 10일부터 정치권에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보이지만 더 수사를 해 봐야 한다”며 “앞으로 이들의 휴대전화 통화 기록 등을 확인하면서 또 다른 공모자가 있는지 계속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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