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대통령선거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는 없고 정략만 춤추는’ 대선이 되고 있다는 여론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원내 제1당과 2당 의원들은 14일부터 유세 현장을 제쳐 두다시피 한 채 국회의사당에서 떼를 지어 대치하며 폭력과 폭언, 외부인 동원 등의 난장판을 연출한 끝에 선거를 불과 이틀 앞두고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를 조사하기 위한 특검법안을 통과시켰다. 또 원내 제1당의 대선 후보는 이날 이념 노선을 달리하는 다른 당 후보에게까지 공동 정부 구성이라는 후보 단일화 카드를 내밀었다가 철회하는 등 무원칙한 합종연횡에 매달리고 있다.》
의원들 특검법 공방… 유세장은 썰렁
국회는 17일 검찰이 수사를 통해 ‘관련 없음’을 밝힌 이명박 후보의 BBK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은 물론 그동안 대통합민주신당이 제기해 온 각종 의혹을 조사 대상으로 망라한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이명박의 주가조작 등 범죄혐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한나라당도 당초 ‘특정 대선후보 깎아내리기만을 겨냥한 정략적 특검법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버티다가 노무현 대통령의 재수사 지휘권 검토 지시 이후 돌연 방침을 바꿔 일관성을 상실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유권자 사이에서는 정치권이 민생과 직결된 2008년도 예산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이라크 주둔 자이툰 부대 파병 연장 동의안 등 시급한 현안은 제쳐 두고 당리당략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공동정부 제안등 막판까지 ‘짝짓기’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창조한국당 문국현, 민주당 이인제 후보에게 ‘반부패 공동 정부’ 구성을 제안한 뒤 ‘이회창 후보도 공동 정부의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어떤 누구와도 연대하고 협력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답했다.
당 안팎에서 논란이 일자 최재천 대변인은 “반부패연대가 곧 공동 정부 구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명박 후보의 당선만은 결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다 보니 지나치게 확대 해석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정치권에서는 문국현, 이인제 후보와의 단일화에 실패한 뒤 이념과 노선을 가리지 않고 세를 불리려는 무원칙한 짝짓기 시도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14일에 이어 17일 심야에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자택을 찾아가 이명박 후보 지지 철회를 설득하려 했으나 만나지 못했다.
먼지 쌓인 공약집… 정책 검증 실종
각 당의 대선 캠프에는 선거를 한 달도 채 남겨 두지 않고 급조된 공약집이 배포조차 되지 못한 채 먼지 속에 수백 권씩 쌓여 있다. 그나마 8월과 9월 경선을 통해 각각 대선 후보를 뽑은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을 제외하고는 정책 검증은커녕 후보들의 도덕성과 기본 자질을 검증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마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후보들은 실천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채 ‘따라 하기식 급조 공약’을 내놓은 경우도 많았다. 유권자들은 각 후보의 대표 공약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투표장을 찾아야 할 지경이 됐다.
선거전이 오직 1위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로 시작해 네거티브로 마감되면서 다른 후보들에 대해선 사실상 ‘묻지마 대선’이 되고 있다는 비판도 대두되고 있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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