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많던 선거방송심의위, 결국 파행

  • 입력 2007년 12월 18일 03시 02분


코멘트
“거수기 노릇 더 못한다” 위원 2명 사퇴

방송위원회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김경준 씨의 누나 에리카 김 씨를 30분 넘게 인터뷰해 편파 논란을 빚은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대한 제재(주의) 취소 결정을 둘러싸고 박선영 손태규 교수 등 두 위원이 사퇴하는 파행을 빚었다.

박선영(동국대 법대 교수) 위원은 17일 방송위원장에게 보낸 사퇴서에서 “원심 취소 결정은 무효이며 더는 거수기 역할을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손태규(단국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위원도 사퇴서에서 “(원심 취소 결정이) 번복에 대한 뚜렷한 이유도 없이 이뤄졌으며 표결 과정에서 법리는 물론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 계속됐다”고 말했다.

두 위원의 사퇴서에 따르면 ‘손석희의…’에 대한 ‘주의’ 취소 결정은 박영상 위원장과 일부 위원의 자의적 의사 진행으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손석희의…’에 대한 12일 재심의 표결에서 박 위원장이 기권한 가운데 원심 취소 4표 대 원심 유지 3표로 결과가 나오자 박 위원장이 “원심 취소”라며 종결을 선언했다. 그러나 출석 위원(8명)의 과반수가 안 돼 원심 취소 건이 부결됐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취소 쪽’에 표를 던진 위원들이 “의사봉을 두드리지 않았으므로 종결되지 않았다” “원심 유지 주장도 3표로 과반수가 아니므로 재투표를 해야 한다”는 등 억지 주장을 펴 재표결로 이어졌다.

박 위원은 재표결에서도 “박 위원장이 기권 의사를 거듭 밝혔는데 ‘이렇게 중요한 사안에서 위원장이 왜 기권을 하느냐’는 위원들의 강요로 원심 취소 쪽에 표결했다”고 밝혔다.

손 위원도 “박 위원장이 12일 회의에서 수차례 기권 의사를 밝혔음에도 ‘실수’라는 등의 이유를 대며 다시 표결에 참여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선거방송심의위가 ‘손석희의…’를 비롯해 지상파 시사·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를 둘러싸고 파행을 빚는 이유는 위원들이 전문성이 부족한 데다 추천 단체의 의사만 밀어붙이기 때문이다. 이 위원회는 8월 22일 9명의 위원으로 출범했으나 초기부터 운영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어 김민남 위원장이 11월 사퇴하기도 했다. 이후 박영상 위원이 위원장을 맡아왔다.

선거방송심의위는 ‘손석희의…’와 마찬가지로 ‘주의’ 조치를 내렸다가 방송사 반발로 17일 재심의하기로 한 KBS 1TV ‘시사기획 쌈’에 대한 의결과 MBC ‘뉴스데스크’(3건), ‘PD수첩’(2건), 라디오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2건) 등에 대한 심의를 내년 1월 16일로 연기했다. 이민웅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선거방송심의위가 스스로 권위와 정통성을 무너뜨렸다”며 “현재와 같은 구성 방식으로는 정권과 코드가 일치하는 이들이 과반수를 차지할 수밖에 없으므로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