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전 막판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광운대 강연 동영상 공개와 이른바 '이명박 특검법'의 국회 통과 등 판세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투표율 변동추이가 득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을 비롯해 각당 선거 참모들은 대체로 이번 대선의 투표율이 지난 2002년 대선 때 70.8%보다 떨어져 60%대 중반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민의 직접투표가 부활된 이후 대선 투표율은 87년 13대 대선 때 89.2%를 기록해 가장 높았으며, 이후 92년 14대 81.9%, 97년 15대 80.7%, 2002년 16대 70.8%로 꾸준히 하락 추세를 보여왔다. 투표율이 60%대로 떨어지면 사상 최저치 기록을 경신하는 셈이다.
실제로 선관위가 지난 1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층은 67%로, 2002년 같은 시점에 조사한 결과(80.5%)보다 13.5%포인트나 감소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투표율이 60%대 초반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찌감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대세론이 형성되는 바람에 유권자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졌고, 선거전이 네거티브 양상으로 진행됨에 따라 유권자들의 정치 혐오증을 키운 게 투표율 저하를 유발시키는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실장은 "2002년에는 계층별, 지역별, 세대별로 치열한 대결구도가 형성됐다면 올해는 이런 갈등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윤경주 폴컴 대표도 "유권자들의 이해관계와 결부된 대형 정책공약 이슈가 부재해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강연 동영상 공개와 특검법 통과가 투표율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투표율을 더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우세한 편이다.
이들 사안으로 인해 위기감이 고조된 이 후보 지지층은 물론 오랜만에 호재를 만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무소속 이회창 후보 지지층의 결집도까지 높일 것이라는 전망은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효과로 귀결되지만 현실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충성도가 약한 이 후보의 지지층이 부동층으로 돌아서 투표장에 나오지 않도록 작용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동영-이회창 후보가 그간 공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선 가능권에 배치돼 있던 상황은 아니어서 이들의 지지층이 결집할 것으로 보긴 어렵다는 분석은 더 타당하다는 반론이다.
각 대선캠프도 투표율 하락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정동영-이회창 후보측은 고정지지층 결집에, 이명박 후보측은 투표율 제고에 공을 들이는 인상이다.
정 후보측 민병두 전략기획위원장은 "동영상 공개 이후 수도권 30~40대에서 이 후보 지지가 많이 떨어져 나가 부동층이 늘었다"며 "지금은 부동층을 잡는 것보다 사실상 '범여권 단일후보'임을 각인시켜 고정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후보측 정두언 선대위 총괄기획팀장은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번 대선도 게임이 다 끝난 것 아니냐는 분위기 때문에 투표율이 낮아질까 걱정"이라며 "압도적 득표율로 안정적 대통령을 만들 필요가 있다. 전 당력을 동원해 투표율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이회창 후보측 지상욱 홍보팀장은 "투표율이 지난 대선보다 낮아지겠지만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지난 대선에서 이 후보를 2번 찍어준 고정지지층이 상당한 수준인데다 이명박 후보에게 실망한 표들이 다수 넘어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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