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三顧朴廬’도 헛수고

昌, 공동정부 제안…朴측 “만찬중”거절에 45분간 기다리다 돌아가

무소속 이회창 대선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18일 세 번째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자택을 찾아갔으나 박 전 대표를 만나지 못했다. 이 후보는 14일과 17일 저녁에도 박 전 대표 자택을 방문해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이 후보는 18일 오후 6시 45분 이채관 수행팀장만 데리고 박 전 대표 자택을 찾아 갔지만 자택 관리인에게서 “박 전 대표가 집에 안 계신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 팀장이 박 전 대표의 안봉근 수행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어 “이 후보가 다시 만나러 오셨다”고 전하자 안 비서관은 “지금 만찬 중이시다”라고 답했다.

이 팀장은 잠시 후 다시 안 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안 비서관은 “대표께 메모를 넣었다”는 얘기만 했다.

이 후보는 박 전 대표의 연락을 기다리면서 기자들에게 “(박 전 대표가) 어려운 점이 있겠지만 국민을 위하는 길을 택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이 후보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오후 7시 반까지 45분 동안 박 전 대표 자택 앞에 서 있다가 참주인연합 정근모 대선 후보를 만나러 떠났다.

이 후보는 이날 박 전 대표가 면담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박 전 대표의 자택을 찾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촬영 : 신원건 기자

박 전 대표에 대한 끊임없는 ‘구애’가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의 호응을 끌어내 득표율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행보였다.

이날 아침 캠프의 팀장급 회의에선 “박 전 대표를 찾아가면 안 된다. 박 전 대표가 후보에게 협력하지 않는다는 사실만 각인된다”는 의견과 “박 전 대표 지지자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서라도 가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으나 이 후보가 ‘삼고초려(三顧草廬)’를 선택했다.

이에 앞서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함께 공동정부를 구성할 것을 약속드린다”며 당선되면 자신은 국가수반으로서 외교안보 및 통일을 전담하고, 박 전 대표가 그 외의 국정 운영을 책임진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공동정부 제안은 전혀 실현 가능성이 없다. 그분의 생각에 그분의 기대일 뿐이다”고 일축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촬영 : 신원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