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워싱턴 포스트 “침체된 경제 되살릴 적임자로 판단”
AP 통신“미국과 좀더 가까운 관계 모색할것”
佛 르피가로“좌파 대통령-정치 엘리트들에 실망”
외신들은 19일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대통령 당선에 대해 “한국의 다수 유권자가 경제 회생을 바라는 마음으로 이 후보를 선택했다”고 분석하고 ‘보수 성향 후보의 승리’ ‘첫 기업인 출신 대통령’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오후 6시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마자 약속이나 한 듯 ‘이 후보의 압도적 승리(landslide victory)’라는 기사로 선거 결과를 긴급 타전한 외신들은 속속 분석 기사와 현장 표정을 전달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로이터통신은 “이 당선자가 한국에서 민주적 선거가 실시된 지 20년 만에 가장 큰 표차로 승리를 거뒀다”고 전했다.
AFP통신은 “높은 청년 실업률, 더욱 커진 소득 격차, 치솟는 부동산 가격으로 인해 이 당선자가 유례없이 높은 지지를 얻은 것으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AP통신도 “유권자들은 ‘전직 현대그룹 경영자’가 경제를 살려 줄 것을 바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이 당선자의 승리 요인으로 경영인 출신으로 서울시장을 지낸 경력을 꼽으며 “유권자들은 침체된 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 능력을 중시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아사히신문도 한국인들의 경기 회복에 대한 강한 열망이 선거에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는 “이 당선자가 경제 살리기 공약을 내세워 일본의 번영과 중국의 부상으로 불안해하는 한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해석했다.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이 당선자는 ‘뭔가 만들어 내는 사람(Macher)’이란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외신은 연간 7%의 성장률, 10년 내 4만 달러의 국민소득, 세계 7대 경제 강국의 꿈을 이루자는 내용이 골자인 이 당선자의 ‘747’ 공약을 자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 10년 동안의 ‘좌파 정권’이 유권자들을 실망시키는 바람에 보수 성향인 이 당선자에 도움을 줬다는 해석도 눈에 띄었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인터넷판에서 노무현 정부의 실정으로 이 당선자가 반사이익을 얻었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은 “노무현 정권이 빈부격차 해소, 부동산 가격 안정에 실패해 민심을 잃은 가운데 이 후보가 내세운 ‘747’ 정책이 설득력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르피가로는 한 정치 분석가의 말을 빌려 “한국인들은 10년에 걸친 좌파 대통령의 통치를 경험하면서 정치 엘리트들에 대해 실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NHK는 “한국인들이 양극화 해소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5년 전 노 대통령을 선출했으나 오히려 양극화가 심화됐다”며 “이번 선거 결과는 ‘결단과 실행력’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이 당선자에게 경제 재건을 맡기려는 선택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외신들은 이런 이유 때문에 선거 과정에서 이 당선자를 둘러싼 온갖 의혹이 불거졌는데도 다수의 유권자가 그를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AP통신은 “유권자들이 전직 기업인에게 경제를 회생시켜 줄 것을 기대하고 여러 의혹에 대해선 눈감아 줬다”고 분석했다. 영국 BBC방송은 “한국 유권자들이 윤리적 문제는 기꺼이 제쳐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북한 및 미국과의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비상한 관심을 내비쳤다.
AFP통신은 “이 당선자가 노무현 정부의 무조건적인 대북 지원을 맹비난했고, 대북 지원을 비핵화와 분명히 연계시키겠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고 소개했다. AP통신은 “북한에 대해선 좀 더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편이며 미국과는 더 가까운 관계를 모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일 경제전문지 한델스블라트는 “이 당선자는 대통령 취임 후 대북정책에서 명확한 상호주의 원칙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이 당선자의 승리는 지난 10년간 대북 화해노선의 종식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특파원 종합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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