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익 공유 윈윈시대로” “대북 공조 기대 커”

  • 입력 2007년 12월 24일 03시 05분


이명박-후쿠다 新한일관계

배인준 동아일보 논설주간 - 와카미야 아사히신문 논설주간 대담

《일본에선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및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 이어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가 9월에 취임했고, 한국에선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내년 2월의 새 정부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양국의 새 지도자 등장을 계기로 아사히신문 와카미야 요시부미(若宮啓文) 논설주간과 동아일보 배인준 논설주간이 두 나라 외교 및 대북(對北) 관계를 전망하는 대담을 가졌다. 1차 대담은 11월 23일 본사에서 가졌으며 대선이 끝난 뒤 국제전화로 추가 대담을 했다. 아사히신문은 대담 내용을 23일자 1개면 전면을 할애해 게재했다.》

▽와카미야 논설주간=격렬한 네거티브 공세에도 불구하고 한국 대선이 이명박 후보의 압승으로 끝났습니다.

▽배 논설주간=좌파정권 10년이 국민 삶을 어렵게 해 정권교체에 대한 컨센서스가 강했고, 앞으로 5년의 국가경영을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선택의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겠지요.

▽와카미야=전후(戰後)의 한일관계는 4기(期)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제1기는 1965년의 한일 국교정상화 이전, 제2기는 박정희∼전두환 군사정권 시대, 제3기는 대체로 1990년대로 민주화된 한국과 과거사를 여러 차례 사죄(謝罪)한 일본 간에 우호관계가 진전된 시기, 제4기는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계기였지만 남북한의 융화(融和)와 한일관계의 악화가 겹친 시기입니다.

▽배=노무현, 고이즈미 관계는 가장 잘못 만난 지도자 관계가 아니었던가 싶고, 양국의 정상(頂上) 레벨만 본다면 심하게 말해 파괴적 외교관계라고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이 기간에도 ‘피플 투 피플’의 관계는 확대 발전했습니다. 이런 기반 위에서 이명박-후쿠다 시대의 외교엔 큰 변화가 생기겠지요.

▽와카미야=후쿠다 총리에 대한 평가는….

▽배=역사 인식과 대(對)아시아외교에서 균형감각이 있는 인물 같아 호감을 갖고 있습니다.

▽와카미야=일본 정계도 이명박 정권에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역사카드도 뜻밖에 드라이하게 사용하지는 않을는지요. 이 당선자는 한일협정 반대 학생운동으로 체포된 적도 있고, 한국의 반일(反日) DNA는 좌우(左右)를 가리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배=이 당선자는 매우 실용적인 인물입니다. 서로 이익을 나누어야 윈윈 관계가 진전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동인(動因)이 너무나 많고 크기 때문에 40여 년 전의 한일협정 반대 시각으로 한일관계를 볼 리는 없습니다. 일본 측이 역사의 상처를 덧나게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후쿠다 총리는 아시아 및 북한과의 외교에서 고이즈미, 아베 정권과 다른 정책을 구사할 힘이 있습니까.

▽와카미야=그것이 문제입니다. 일중, 한일의 신외교에 탄력이 붙는 것은 틀림없겠지만, (일본) 국회가 ‘비틀려’ 교착상태에 있는 데다 총리의 지지율 급락이 문제입니다. 대북정책은 대화 쪽으로 중심(重心)을 옮겨나가는 방향으로 변화를 모색하려 하지만, 국내 여론도 무시할 수 없어 신중하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거에 대북관계를 타개하기는 어렵습니다.

▽배=아베 전 총리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와 미사일 연속발사 등에 대한 강경 자세로 인기를 모아 집권했지만, 납치문제 해결에 대한 일본의 요구 수준이 높을수록 북-일 간 외교 교섭의 타결은 어렵지 않을까요.

▽와카미야=핵도, 납치 문제도 김정일 체제 아래서는 완전한 해결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철저하게 압력을 가하자는 생각이 일본과 미국에 있었지만 결국 조지 W 부시 정권도 방침을 전환했습니다. 김정일 체제에 대해 할 수 있는 협력을 하면서 변화를 유도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배=다만 한국이 햇볕정책으로 경제 지원에 치중한 것이 결과적으로 핵개발의 기회를 준 꼴이 됐습니다. 이 당선자는 그 점을 비판해 왔으며, 핵문제 해결을 대북정책의 대전제로 삼는다는 점을 과거 정권보다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와카미야=그동안 북한에 대한 한일 정부의 인식 차이가 한일 관계에 그늘을 드리운 측면이 있지만 앞으로는 대북문제에서 한일공조 강화를 기대합니다. 한일 간 우호를 증진하는 데는 미디어의 역할이 특히 크겠지요.

▽배=한국 신문들의 논조를 보면 일본에 대해 부정적인 것의 대부분은 역사 및 독도 문제이고 그 다음이 우경화 및 군사대국화에 관한 것입니다. 반면에 일본의 규제완화, 행정 및 교육 개혁 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합니다. 이 같은 보도 논평은 국민의 움직임과 상호 작용하는 것이지요.

▽와카미야=일본 내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과거의 일본을 반성해야 한다는 사람이 70∼80%라는 점을 한국의 미디어들이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독도 문제에서 나는 한국의 기분을 절반쯤 이해합니다만, 일본 정부가 영유권을 주장만 할 뿐인데 ‘용서 못 한다’고 격노하는 것은 지나칩니다. 오히려 독도를 점유하고 있는 한국이 ‘일본이 물러서면 무엇을 하겠다’는 건설적인 제안도 해 줬으면 합니다.

▽배=독도는 역사적으로나 실효적으로나 한국의 영토입니다. 그러니 (일본이) 독도를 양보하면 대신에 (한국이) 무엇을 하겠는가 하는 것은 얘기가 안 됩니다.

▽와카미야=‘당신의 의견에는 반대하지만 그런 의견을 말할 권리는 반드시 지켜 준다’는 것이 민주주의 원칙이지요. 한일은 민주주의 국가이니 이 룰은 함께 지켜 나갔으면 합니다.

▽배=양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공통의 가치관을 갖고 있습니다. 이 가치관을 중심으로 서로 이익을 나눌 수 있는, 그야말로 미래 지향적인 관계 진전에 집중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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