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이 24일 대선패배 후 첫 소집한 의원총회에서는 책임론과 지도체제 구성을 놓고 당 밑바닥에서 부글부글 끓던 당내 세력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치열한 논전이 불붙었다.
그러나 정작 논의를 주도하고 내부를 수습할 구심점이 분명치 않은데다 일방적 주장과 논리만이 백가쟁명식으로 터져나와 과연 제대로 된 위기수습이 가능하겠느냐는 회의론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실제로 이날 의총장을 나오는 의원들 사이에서는 "도무지 이 당엔 희망이 없다. 문 닫는 게 상책"(수도권 초선) "반성한다는데 뭘 반성하는지 얘길 안한다"(수도권 재선) "모두 다 죽는 길 밖에 없다"(충청권 초선) "도대체 진정성이 느껴지질 않는다"(수도권 초선)는 자조 섞인 목소리를 터져 나왔고, 충청권 일부는 탈당까지 검토 중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오면서 분위기는 오히려 뒤숭숭해지고 있다.
전체 141명의 의원 중 91명이 참석한 이날 의총에서는 먼저 선거패배의 주요 원인으로 '노무현·참여정부 심판론'이 대두됐다. 여기에는 계파별로 큰 이견이 없었다는 후문이다. 특히 비노(非盧) 진영에 속한 김한길계 소속 의원들이 총대를 메고 "모든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이라며 화살을 친노(親盧) 진영으로 돌렸다.
이에 친노의원 대다수는 더 이상의 논란을 피하자는 차원에서 맞대응을 자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신 친 손학규 그룹으로 분류되는 임종석 송영길 등 일부 386초·재선들은 "대선패배후 후보 메시지가 명료하지 못했다"며 "사과하고 책임지는 모습이 안보인다"고 정동영 전 의장을 겨냥했다.
인책공방보다는 지도체제 논란이 더 뜨거운 쟁점이었다. 먼저 오충일 대표를 정점으로 하는 현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 등 비상체제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양형일 의원은 "지금은 당 쇄신위를 만들 때가 아니라 지도부 전원이 사퇴하고 전대를 빨리 치를 수 있는 비상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며 "망건 쓰다가 장(場) 파하게 생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종석 의원은 "최고위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다"며 "비상체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수도권 초·재선과 친노 의원들은 "지도부 사퇴가 능사가 아니며 2월초 전대를 예정대로 열어야 한다"는 반론을 폈다. 선병렬 의원은 "지도부가 총사퇴하면 전대를 누가 치르냐"며 "일단 전대를 치르고 나서 새로 구성한 지도부가 총선을 치르고 평가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지도부 구성을 놓고는 경선론과 합의추대론이 갈렸다. 김한길 그룹 소속주승용 조배숙 의원과 정동영계 소속 문학진 양형일 의원은 "경선을 통해 치열한 노선투쟁을 벌이자"며 경선론을 제기했다. 김한길 그룹으로 분류되는 조일현 의원은 이날 오후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서 "지금 깨진 바가지를 얼기설기 모아봤자 물을 담을 수 없다"며 "늦어도 정확하게 가야 한다"고 경선론에 가세했다.
이에 대해 당 중진그룹과 손학규 그룹, 친노진영, 386 및 수도권 초·재선의 상당수는 합의추대 쪽으로 가야 한다는 분위기를 잡고 있다.
임종석 우상호 의원은 "당 대표 내정자를 일단 합의추대하고 그를 중심으로 내년 1월달 새로 거듭나는 모양이 되도록 프로그램을 돌리자"며 "그리고 2·3 전대에서 이를 추인하고 총선체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 의원은 이어 "내정자는 곧바로 인재영입위원회를 만들어 전국구를 인센티브로 적극 영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합의추대론자들 가운데 손학규 그룹과 수도권 초·재선, 386 그룹은 '노무현 정부 심판론'에서 자유로운 한나라당 출신의 손학규 전 지사를 차기 당 대표 감으로 거론하고 있는 반면 친노그룹은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와 강금실 전 법무장관, 중진그룹은 정세균 문희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을 꼽으면서 서로 '동상이몽'을 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대대적인 인적 청산을 위해 '공천 혁명'을 시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각 계파에서 공통적으로 터져나왔다.
김호진 당 쇄신위원장은 "지금 신당의 최대 과제는 구태정치 청산이고 구태의 주체는 사람"이라며 "양지와 음지를 따지지 말고 공천혁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영길 의원은 "2004년 총선 당시 탄핵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한나라당도 재선의원으로서 비교적 계파로부터 자유로왔던 김문수 의원에게 공천심사위원장을 맡겨 120석을 획득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문학진 의원은 "비례대표 의원들과 중진, 원로를 포함해 그야말로 '올코트 프레싱'을 해야 한다"며 "선호하는 지역에 출마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당에서 명령하는 대로 어디든 나가서 싸워야 한다"며 중진·원로그룹의 '살신성인'을 주문했다.
한편 신당은 당 쇄신위원단에 정치인과 시민사회 출신 인사들을 균형있게 참여시킨다는 원칙 하에 인선작업을 진행 중이다.
신당은 정치인으로 오영식 임종석 민병두 노현송 이목희 이인영 박병석 김교흥 심재권 의원 등 9명을 확정하고 시민사회출신 인사로는 김만흠 김수진 손혁재 유재일 정대화 교수 등을 선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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