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失政에 책임 큰 ‘코드’ 공무원들의 빠른 변신

  • 입력 2007년 12월 25일 02시 59분


현 정부의 무리한 정책을 앞장서 밀어붙였던 공무원들이 새 정부에서 살아남기 위해 재빨리 변신(變身)하는 모습은 저급한 서바이벌 게임을 보는 듯하다. 노무현 정권의 기자실 대못질 이후 경위서를 쓸까 봐 메이저 신문 기자에게서는 전화 받기조차 꺼리던 간부 공무원들이 임시기자실을 찾아가 눈도장을 찍는다고 한다. 한 부처의 공보 담당 공무원은 기자실 폐쇄에 대해 “좋아서 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아시잖아요”라고 했다고 한다. 정권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어서 ‘무죄(無罪)’라니, 해바라기 공무원의 전형이다.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대운하 공약에 대해 반대 논리를 개발하기에 바빴던 건설교통부 모 국장은 “노무현 정부의 수도 이전이나 혁신도시도 경제성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대운하 반대 태도를 바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는 소식이다. 정권에 따라 혁신도시나 대운하의 타당성에 대해 말을 바꾸는 행태는 무책임의 극치다.

현 정부는 반(反)시장 정책을 마구 쏟아 내 국정 혼란과 시장 위축을 부채질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정홍보처 공무원들은 비판 신문을 물어뜯는 정권의 사냥개처럼 날뛰었다. 장차관은 마땅히 실정(失政)에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 그 아래 공무원 중에도 출세를 위해 정권 코드의 맹목적 하수인 노릇에 앞장섬으로써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의 근간을 흔드는 데 동참한 사람들은 책임을 통감해야 마땅하다. ‘노무현 책임론’의 등 뒤에 숨어 기민하게 변신을 도모하는 모습은 당당한 이도(吏道)와는 거리가 멀다.

헌법과 법률이 직업공무원제를 통해 공무원의 신분을 보장하는 이유는 공복(公僕)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해 국가적 과제를 불편부당하게 합리적으로 수행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공무원이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일하게 하려는 취지의 공무원 신분보호 제도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변신을 거듭하는 공무원에게 보호용 우산이 되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다. 실정의 책임 소재를 불문에 부치는 것이 공무원 신분보호의 근본정신은 아니다. 민주주의와 언론자유 그리고 시장경제의 근본을 침해한 실정에 대해서는 청문회라도 열어 공무원의 책임을 엄중히 따져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