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법,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해야”

  • 입력 2007년 12월 25일 03시 09분


‘BBK 특검법’ 위헌 논란… 이진강 변협회장 인터뷰

“국회에서 만들어진 법이 헌법에 의해 생명력을 갖지 못한다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서라도 유효한 법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진강(사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2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변협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며 이같이 말했다. 위헌 시비가 끊이지 않는 이른바 ‘BBK 특별검사법’이 26일 국무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대통령에 취임한 뒤에도 이 원칙은 적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법률적 관점에서 이번 특검법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법은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것이다. 전통적인 의미의 특검법은 이런 원칙에 입각해 특정한 사건을 대상으로 했다. 그러나 이번 특검법은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법의 일반성, 추상성의 원칙에 맞지 않다. 특검법에 포함된 참고인 임의동행제도 문제다.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의하지 않고는 구속 체포를 할 수 없는 게 헌법의 기본 원리다.”

―특검을 대법원장이 추천하도록 한 데 대한 지적이 있다.

“이 사건의 단초를 제공한 김경준 씨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재판 기관의 장인 대법원장에게 특검을 추천하도록 하는 것은 ‘소추 기관과 재판 기관의 분리’라는 원칙에 어긋난다.”

―국민의 절반 정도가 검찰의 수사 결과를 못 믿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의혹과 법률적인 판단은 별개의 문제다. 특검법은 의혹을 해소하는 법이 아니라 위법행위를 처벌하자는 법이다. 도덕적인 의혹도 낱낱이 밝혀야 한다는 국민의 생각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의혹을 근거로 법을 만드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국민이 검찰보다 피의자인 김 씨의 말을 더 믿는 듯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데….

“검찰은 이 당선자의 위법 여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했지만 국민은 모든 일에 법률적인 판단을 하지 않는다. 국민이 검찰 수사 결과를 못 믿는 것이 아니다. 법률적인 판단과 국민의 상식적인 판단 사이에 근본적인 괴리가 있는 것이다.”

―국민의 의구심은 어떻게 해소해야 하나.

“이미 해소됐다고 본다. 국민은 그 의혹의 대상인 ‘이명박 후보’를 압도적인 표차로 대통령에 당선시켰다. 그 사실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 ”

―이런 의견은 미리 밝힐 수 있지 않았나.

“국회가 17일 특검법을 의결했을 때 특검법에 대한 의견 표명을 검토했다가 자제했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법률가 단체가 대선 이틀 전에 성명서를 내는 일은 유권자의 선택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방침은 지금도 변함없다. 대선 직후 특검법의 법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법률적인 관점에서 얘기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청와대는 26일 국무회의에서 특검법을 원안대로 의결한다고 한다. 정성진 법무부 장관이 별도의 의견을 표명한다고 하는데….

“법률적인 문제가 있는 법이 시행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야 한다. 그 자격은 국무위원인 정 장관에게 있다. 권한이 있는 사람이 대통령에게 그런 건의를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대통령은 특검법이 잘못된 법이라고 생각하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 새로운 분위기에서 출발하자는 것이 국민의 바람이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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