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의원 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선 이후 처음 열린 의원총회는 표면상 열띤 논쟁은 없었지만 이미 ‘냉전(冷戰)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 주었다.
당내 경선에서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도왔던 송영길 의원은 “(정동영) 후보의 메시지가 좀 더 명료했으면 좋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정 전 후보가 “백의종군 하겠다”면서도 자신의 거취를 명확히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손학규 그룹인 우상호 의원과 중립 성향의 임종석 의원도 비슷한 지적을 했다. 사실상 ‘후보 책임론’이다.
정동영계 및 김한길 의원 그룹에서 제기한 ‘친노(親盧·친노무현 대통령) 책임론’에 대해 “후보가 먼저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당내 시각을 반영한 것이다.
대선 이후 손학규 그룹과 친노 진영은 2월 전당대회 지도부 구성을 놓고 경선보다는 합의추대 방식을 선호한다. 이 때문에 당 일각에서는 양 진영의 연대 가능성도 제기한다. 당내 386 및 수도권 초·재선 상당수도 합의추대에 공감한다. 이들은 “지역위원장 및 대의원 구성 등 물리적으로 당내 경선이 어렵다”는 이유도 들고 있다.
이처럼 당내에서는 ‘손학규 대세론’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손 전 지사는 진보와 보수를 어느 정도 아우를 수 있으며, 당 중진들의 거부감이 없고, 노무현 정부 및 열린우리당의 국정 실패 책임론에서 가장 자유롭다는 점이 꼽히고 있다. 그러나 그가 2004년 탄핵정국에서 한나라당을 살린 박근혜 전 대표만큼 역할을 할지는 미지수다.
또 다른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아직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당내에서는 이날 “김한길 의원이 경선 출마를 검토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으나 김 의원 측은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김 의원 그룹의 ‘경선 불때기’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날 김호진 당쇄신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계파가 나눠 먹는 방법은 배제하고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 27일까지 쇄신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날 조일현 당 최고위원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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