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와는 말 통할 것” 재계 부푼 기대

  • 입력 2007년 12월 26일 02시 58분


“성장의 동반자 관계로… 親시장 정책 투자 되살릴 것”



정권 실세(實勢)들 사이에 반(反)기업 기류가 적지 않았던 김대중-노무현 정부 등 이른바 ‘좌파 정부 10년’ 아래에서 재계는 상당한 마음고생을 했다. 자주 ‘개혁 대상’으로 공격당하고 정부와의 미묘한 갈등도 많았다.

하지만 시장 및 기업 친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차기 정부에서는 정부와 재계 관계가 ‘국가경제 성장을 위한 동반자 관계’로 변화하는 분위기가 뚜렷해지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기업들의 자긍심과 기업가 정신이 되살아나면 투자 의욕도 되살아나고 한국 경제의 앞날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대선 다음 날인 20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경제단체·중소기업 등 직종별 경제인들을 직접 만나 새 정부의 투자 분위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는 이어 한국무역협회에 무역 규모 7000억 달러 돌파 축하 서한을 보냈고 다음 달 15일에는 주한 외국기업 단체들과의 만남을 추진하는 등 재계에 우호적인 제스처를 이어 가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25일 “한때 산업 근대화와 한국 경제 발전의 첨병 역할을 담당했던 기업이 특히 노무현 정부에서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하다 보니 패배적이고 소극적인 기업 활동을 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며 “차기 정부에서는 투자가 늘어나는 등 기업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재계의 관계 변화는 재계 대표 경제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가장 먼저 감지되고 있다.

전경련은 “한나라당과 이명박 당선자 캠프 쪽에서 경제정책 관련 각종 아이디어를 달라는 부탁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미 제출했던 새 정부의 정책 과제가 아니라 이제는 구체적인 방법과 시기를 적시한 실행 과제를 내 달라는 요청이 많다”고 전했다.

이승철 전경련 전무는 “차기 정부에 건의한 과제들의 경중(輕重)과 선후(先後)를 가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전경련도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하던 태도에서, 이제는 책임감을 갖고 함께 정책을 만드는 태도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 김종석 원장은 “이 당선자가 기업을 잘 알아 오히려 재계가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솔직하게 모든 것을 이야기할 수 있다”며 “재계에서는 현 정권과 달리 말이 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고 설명했다.

재계와 정부의 우호적인 분위기는 실물경제에도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삼성경제연구소 정구현 소장은 “차기 정부의 시장 친화적인 정책이 입법화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방향성이 보이면 기업들은 ‘전망’을 보고 투자하는 만큼 차기 정부의 정책기조가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규제를 반으로 줄이면 투자가 4% 늘어난다는 분석도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재계 일각에서는 일방적인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투자는 심리적인 요인도 있지만 돈이 되느냐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라고 말했다.

심리적인 요인이 한국 경제에 만병통치약만은 아니며 신성장동력 확보 등 좀 더 장기적이고 치밀한 경제활성화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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