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옥’ 걷어내고 소통형 청와대로

  • 입력 2007년 12월 26일 02시 59분


정책-안보실장 폐지 검토… 정무수석 부활

혁신-시민사회수석은 폐지-통폐합 가능성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정부 조직 슬림화 개편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임에 따라 정부의 사령탑인 청와대의 조직 개편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폭 vs 소폭=이 당선자의 주변에서는 청와대 조직 개편 규모에 대해 ‘대폭’과 ‘소폭’ 주장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폭으로 개편하자는 주장은 장관급인 비서실장, 정책실장,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안보실장) 등 ‘3실장’ 체제를 비서실장 한 명 체제로 줄이고 국정상황실장도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는 정책실장과 안보실장 직이 ‘옥상옥’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경제 사회문화 안보 등 분야별 수석이 있는데 이를 통할하는 장관급 수석이 별도로 2명이나 필요하냐는 것이다. 철저하게 기능과 효율을 중시하는 이 당선자의 인식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이 경우 경제수석이 정책실장 업무의 상당 부분을 흡수 통합하고 그 역할과 위상이 한층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 현 청와대 조직이 이 당선자의 업무 형태와 외부 환경에 더 어울리는 시스템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 당선자가 최고경영자(CEO)형 ‘경제대통령’을 자임했고, 정책에 대한 비중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정책실장이라는 핵심 총괄포스트를 둘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또 새 정부에서는 남북관계와 4강외교의 질적인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인 만큼 안보실장 자리도 의미가 있다는 관측이 적잖다.

그러나 참여정부에서 새로 설치된 혁신관리수석실이나 시민사회수석실은 비서관급으로 위상이 낮아지거나 통폐합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유력한 관측이다.

▽‘정무수석의 부활’=이 당선자가 사실상 정무수석비서관직의 ‘부활’을 예고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을 반면교사로 삼은 결과다. 노 대통령의 당청 분리 원칙이 국정을 표류시키고, 민의를 청와대에 전달할 통로를 막아 국민의 불신을 초래한 원인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여의도식 정치’에 익숙하지 않은 이 당선자가 대통령에 취임한 뒤 당과의 긴밀한 협의를 위해 가교를 두겠다는 의미로도 분석된다.

정무수석은 대통령의 의중을 여당에 전달하면서 동시에 여야 의원들을 두루 만나 불만과 의견을 수렴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물론 폐단도 있었다. 김영삼 정부 말기인 1996년 15대 총선 때 이원종 정무수석이 강삼재 신한국당 사무총장과 함께 공천을 좌지우지한 것.

그래서인지 김대중 정부 때 권한이 약화됐고, 노 대통령 취임 초기에 폐지됐다. 노 대통령은 탄핵 사태로 복귀한 직후인 2004년 2월 유인태 의원을 끝으로 정무수석직을 폐지했다. 정무 기능은 1급 비서관이 맡는 정무팀 체제로 위상을 대폭 낮췄다.

그러나 후유증이 컸다. 집권당과의 소통은 물론 야당과의 소통 채널이 사실상 없어지면서 국회 및 정당과의 불협화음이 컸기 때문이다.

2005년 한나라당과의 대연정(大聯政) 파동, 2007년 초 개헌 추진 파동 등 대형 사고가 여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전효숙 헌법재판소 재판관 인준 파동을 겪으며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등 여권에서 정무수석 부활을 거듭 건의했지만 노 대통령은 번번이 거절했다. 불필요한 당청 갈등과 엇박자는 국정운영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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