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환전 약속’ 언급한 신씨 편지에 주목
신씨 가족과 접촉한 인사들 집중 조사
검찰이 26일 미국에서 김경준(41·구속수감) 씨와 1년 가까이 수감 생활을 한 신모 씨를 소환 조사한 것은 정치권에 상당한 파문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신 씨에 대한 검찰 조사는 김 씨의 기획입국 의혹을 정조준하고 있다. 김 씨의 입국에 정치권 인사들이 개입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향후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특정 정치 세력이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검찰은 신 씨가 국내에 송환돼 대전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11월 10일 김 씨에게 보낸 편지에 주목하고 있다.
신 씨는 ‘나의 동지 경준에게’로 시작한 이 편지에서 ‘이곳에 와 보니 자네와 많이 고민하고 의논했던 일들이 확실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네. 그래서 자네와 약속했던 것들도 이행하지 못했고, 또한 그 약속들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했다네’라고 적었다. 김 씨가 한국 송환 전 ‘어떤 약속’에 대해 고민했음을 내비친 것이다.
또 “자세한 이야기는 못하겠지만 이곳에 오기 위해 준비한 내용들은 다시 수위 조절을 해야 하고, 그것이 경준이를 위하는 길이고 살 길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네”라고 덧붙였다. 김 씨의 송환에 치밀한 사전 준비가 있었음을 시사한 것.
이 같은 편지 내용만으로 김 씨의 송환 경위를 쉽게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신 씨가 편지에서 김 씨의 송환과 관련한 ‘약속’ 등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은 신 씨가 김 씨와 수감 생활을 하면서 가깝게 지낸 만큼 신 씨를 통해 김 씨의 입국 경위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 씨의 지인은 “미국에서 김 씨가 신 씨에게 많이 의지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검찰은 신 씨의 가족 등에게 접근한 인사들의 정치적 배경과 이들이 신 씨에게 무료 변론 등을 제안한 경위도 조사할 계획이다.
한나라당은 최근 김 씨의 기획입국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하면서 △신 씨와 접촉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측 법무실장 H 씨의 명함 △‘평화경제포럼’ 소속 이모 변호사가 신 씨 측에 무료변론을 해주겠다고 약속한 각서 등을 증거물로 제출했다.
이 변호사는 최근 본보와의 통화에서 “신 씨의 가족과 지인을 만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누가 신 씨를 소개했느냐’는 질문에는 “말할 수 없다. (신 씨 측을 만난 것은) 기획입국 의혹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씨의 기획입국 의혹 등은 이른바 ‘BBK 특별검사법’ 수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특검법 도입과 관계없이 철저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의 개입 여부가 드러날 경우 대통합민주신당이 주도한 ‘BBK 특검법’ 공세는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것이 정치권에서 김 씨의 기획입국 의혹을 겨냥한 검찰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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